[사이언스카페] 썩은 고기 뒤지고 동료마저 잡아먹은 육식공룡
1억5000만년 전 공룡 화석서 이빨 흔적 발견
대부분 초식공룡이나 육식공룡 뼈에서도 나와
육식공룡끼리 잡아먹거나 시체 처리한 증거
by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력 2020.05.28 08:46 | 수정 2020.05.28 08:55
쥐라기 후기는 먹이 부족으로 육식 공룡이 썩은 고기를 뒤지고 심지어 동료까지 잡아먹어야 할 정도로 끔찍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테네시대의 스테파니 드럼헬러 교수 연구진은 27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콜로라도의 마이가트-무어 채석장에서 발견한 후기 쥐라기의 공룡 뼈의 30% 정도에서 다른 육식 공룡의 이빨 자국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채석장에서 1억5000만년 전 살았던 공룡 화석들을 발굴했다. 모두 2368점의 알로사우루스 뼈 화석이 나왔는데 이 중 29%에서 톱니 모양 이빨에 물린 흔적을 발견했다. 공룡 뼈에서 다른 공룡의 이빨 자국이 더러 발견되지만, 그 비율이 5% 정도였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결과이다.
연구진은 이 이빨이 당시 대형 육식 공룡이었던 알로사우루스의 것이라고 밝혔다. 알로사우루스는 몸길이가 10m까지 자랐다. 이빨 자국은 예상대로 대부분 초식 공룡의 뼈에서 나왔다. 하지만 17%는 다른 알로사우루스의 뼈에서 발견됐다. 이 중 절반은 먹을 게 그리 없는 부위에 있었다. 이는 알로사우루스가 다른 육식 공룡이 먹고 남겼거나 이미 썩은 동료의 시체를 처리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굴된 화석의 이빨 자국은 당시 육식 공룡의 먹이가 크게 부족한 환경이었음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또한 알로사우루스의 이빨이 다른 알로사우루스의 뼈에서 발견되는 것은 같은 종 사이에 흔치 않은 상호포식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알로사우루스에서 상호포식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드럼헬러 교수는 “알로사우루스 같은 대형 육식 공룡은 당시 자원이 크게 부족한 환경에서 먹이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며 “죽은 동물은 물론 분명히 동료까지 식탁에 올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또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이번 발굴지가 이미 공룡 화석 사냥꾼들이 훑고 지나간 곳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화석 사냥꾼들은 이빨 자국을 흠집으로 보고 온전한 화석만 골라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이번 발굴지에 살았던 공룡들이 다른 공룡과 다르지 않았는데 나중에 이빨 자국이 있는 뼈만 과학자들에게 발견됐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화석 사냥꾼의 손을 타지 않은 곳에서 온전한 상태로 공룡 화석을 발굴하면 이 주장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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