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서 먹고 자고 즐기고…프라이빗·럭셔리 시대 '찐 호캉스' 뜬다
황금연휴 기점으로 반전계기 마련…포스트코로나 과제로
by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해외 여행을 못가는 대신 온가족이 특급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고 모든 시설을 꼼꼼하게 이용하는 것이 대세다.
호텔들은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해 어린이의 입장이 제한됐던 시설을 개방하고 세대별로 즐길거리를 세분화,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호텔을 기피하던 현상도 5월 들어 많이 누그러졌다는 평가다.
2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5월 서울 도심 특급호텔들의 경우 최대 70%, 평일에는 30~40%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진 황금 연휴가 지나가면서 기세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특급호텔 중심으로 가족단위 주말 이용객은 꾸준히 유지되거나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호텔업계의 설명이다.
◇투숙 아닌 '여가' 공간 부상한 고급호텔…가족단위 고객 늘어나
특급호텔들은 외국인 출장·관광객이 주고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이용객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가뭄 속 단비'다.
단순히 '투숙'하는 공간이 아닌 호텔 자체를 '관광·여가 공간'으로 여기며 말 그대로 '온전한 호캉스'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외국인 출장·관광객들의 경우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빠듯한 일정 탓에 호텔 조식이나 부대시설 등은 잘 이용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 개인·가족단위 고객들은 체크인부터 체크아웃 할때까지 호텔 객실과 시설내에서만 머물며 서비스와 이벤트를 온전히 즐기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싼 비용 탓에 이용을 꺼렸던 이들도 해외여행의 대체재로 특급호텔의 호캉스를 선택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감염 우려에다 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어차피 해외여행도 못 가는데 그 돈으로 특급호텔에 가자'는 마음으로 찾는 가족단위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단 패키지를 이용해 본 뒤에는 '돈이 아깝지 않다' '돈 쓴만큼 누렸다'며 만족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시대상 발빠르게 대응하자"…가족 겨냥 프로모션 총력전
이에 호텔들은 '럭셔리 호캉스'를 즐기려는 고객, 특히 가족 단위 이용객들을 겨냥한 프로모션·패키지를 잇따라 내놓으며 변화된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호텔 객실 또는 부대시설, 호텔과 근접한 핫플레이스 등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고 '프라이빗'하면서도 만족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롯데호텔은 투숙객 전용 라운지인 '르 살롱'의 가족 단위 고객 입장을 6월말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통상 특급호텔은 12세 이하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롯데호텔은 가정의달인 5월에만 한시적으로 허용한 어린이 출입이 고객들의 호응을 얻자 기한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호캉스를 주저해오던 고객들이 많았는데 이를 통해 아이와 함께 전 일정을 즐길 수 있게 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최근 어린이를 동반한 3~4인 가족 고객들이 늘고 있고, 여름휴가 시즌인 7~8월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허용 기한이 더 연장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도 가족을 겨냥한 패키지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황금연휴 기간 조부모는 트레킹, 부모는 어덜트풀, 아이는 키즈 프로그램 등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즐길 수 있는 3대 가족을 위한 '패밀리 러브' 패키지를 내놨다.
신라스테이는 딸이 엄마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콘셉트로 '엄마를 위한 사랑의 선물 북캉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아트테인먼트' 복합 리조트를 내세운 파라다이스시티도 리조트내 야외 정원인 체스 가든에서 자연 속 피크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폴 인 피크닉'(FALL IN PICNIC) 패키지를 내세웠다.
호텔 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럭셔리 호캉스' 문화가 향후에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춘 발빠른 대응이 호텔들의 생사 여부를 가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코로나 여파 속에서 '프라이빗'과 '안전성'을 강조한 호텔업계의 마케팅, 철저한 방역태세로 황금연휴 동안 우려됐던 '호텔발 코로나 재확산' 우려를 불식시킨 게 시민들의 인식전환에 한 몫 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변화된 시대상의 핵심 키워드는 '언택트'(비대면)다. 프라이빗을 강조하는 트렌드 또한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생존'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개인의 생존과 건강, 비용보다는 현재의 만족과 즐거움을 중시하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업계에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sgk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