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의 신냉전… 美백악관, 중국을 '중공'이라 불렀다
美, 국가 보고서인 대중국 전략 보고서 발표
by 이벌찬 기자입력 2020.05.28 07:32 | 수정 2020.05.28 13:17
미 백악관이 작성한 국가 보고서인 ‘대중국 전략 보고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직함을 기존의 ‘대통령(President)’에서 ‘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바꿔서 표기했다. 중국을 ‘중공(CPP)’으로 지칭하기도 했고, 중국 정권을 대개 북한 등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인 ‘독재 성향 정권(regime)’이라 표현했다. 중국이 미국의 대척점에 있는 공산주의 국가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총서기나 중공이라는 표현은 냉전(冷戰) 시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중국 전략 보고서는 각 부처 회람, 의회 심사를 거쳐 대통령까지 서명한 미 정부의 공식 문서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 개막일에 맞춰 20일(현지 시각) 발표됐다. 왜 미국은 시 주석을 ‘대통령’이 아닌 ‘총서기’라고 표기했을까.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격화하자 미국이 중국을 민주적 합법성이 없는 ‘비정상 국가’라고 한 것이다. 시 주석의 직함은 크게 세 가지인데 각각 총서기(당 1인자), 중앙군사위 주석(군 통수권자), 국가주석(대통령)이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각국 정부에 시 주석의 영문 직함을 ‘대통령’으로 써달라고 요청해 왔다. 공산당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런 중국의 뜻에 맞춰주던 미국이 돌연 입장을 바꿔 ‘총서기’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민주주의·자유주의 국가로 변모할 것이란 기대를 미국이 완전히 버리고 대결할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라며 “중국은 모욕적이고 이례적인 처사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직함을 총서기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11월 워싱턴DC 주요 싱크탱크의 중국 전문가 모임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에서 공식 제기됐다. 이들은 “시진핑에게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부여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독재 통치에 민주적 합법성을 입혀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46년 조지 케넌의 보고서가 미ㆍ소 냉전 질서를 예고했던 것처럼, 대중국 전략 보고서가 미ㆍ중 신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문서라는 평가도 나온다. 소련 주재 외교관이던 조지 케넌은 냉전을 예상해 미국이 소련을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8000자짜리 비밀 보고서를 작성했고 대소 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대중국 전략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의 ‘가치에 대한 도전(Challenges to Our Values)’에 직면했다며 양국 분쟁이 근본적으로는 ‘이념 갈등’이라고 주장한다. 또 ‘조국을 보호하고 미국인의 삶의 방식을 지켜야 한다’며 중국이 미국인의 삶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성현 중국연구센터장은 “대중국 전략 보고서는 미국의 공식적인 미·중 신냉전 선포”라며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용 꼼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전면적으로 선전 포고를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보고서는 특이하게도 중국공산당과 중국인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중국이란 나라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않고 한정적으로 타깃을 설정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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