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원 25년만에 수술대…집도의 김종인의 구상은?
김 "연구소 간판만 붙인다고 싱크탱크 아냐…앞으로 연구 해보자"
당대표·이사장 겸임 당헌당규 수정·인적쇄신…"섀도캐비닛 기대"
by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이균진 기자, 유경선 기자우리나라 최초의 정당 정책 연구원인 미래통합당의 여의도연구원(여연)이 지난 1995년 출범 25년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집도의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과감한 개혁을 천명한 김 위원장이 여연을 어떻게 '수술'할지 관심이 쏠린다.
통합당의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와 제2차 전국위원회가 열린 지난 27일 김 위원장은 여연에 대해 "무슨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변모해야지 연구소 간판만 붙인다고 연구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것이 제대로 안 되면 싱크탱크라고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연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앞으로 연구를 해보자"며 개혁에 대한 뜻은 분명히 했다.
여연의 존재 이유는 당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연구하고 정책 개발을 지원해 정치와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 통합당 당규 '정책연구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는 이같은 존재 이유와 역할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여년간 여연은 역할에 충실했다. 정책 발굴과 기획력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기관보다 더 정확한 선거 판세 분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윤여준과 유승민, 박세일, 주호영 등 역대 연구원장은 당내 '브레인'으로 통했고 현재 한국 정치에 여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런 여연이 해체 수순에 들어간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 이번 4·15 총선 과정에서의 역할은 결정타였다. 미래한국당과 합쳐 150석을 얻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열세·박빙 지역의 후보들이 원했던 전략 설정에도 무관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치밀하게 선거에 대응할 때, 여연의 도움을 받았다는 통합당 후보는 찾아볼 수 없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 21일 당선인 워크숍에서 "민주연구원과 여연의 전략은 비교가 안 된다"고 평가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황교안 전 대표가 여연 홈페이지에 여전히 이사장으로 게재돼 있는 것이 현재 여연의 모습이다. 당헌당규상 여연 이사장은 당 대표가 겸임한다.
겸직은 여연의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여연의 전신인 여의도연구소 시절에는 이사장과 당 대표가 분리돼 독립적인 역할 수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연구원으로 격상하며 당 대표가 이사장을 겸임했고, 이는 대표 친위부대 전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22대 여연원장을 지낸 김세연 의원은 "당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론조사 데이터로 왜곡을 일으키는 일부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당 대표와 이사장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적 자원이 무기임에도 최근 3년간 인력이 크게 축소한 것도 위상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도 정책연구소 연간 활동실적'에 따르면 민주연구원의 박사급 연구원은 29명인데 반해 여연은 6명에 불과하다. 현재 여연 인력은 박사급 인력 10여명, 행정담당 직원 7명 등 약 1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여연이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데 개혁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김 의원이 말한 당 대표와 이사장의 겸임을 금지하는 당헌·당규 개정이다. 지난 2005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직언하던 여연 전통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는 않다.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이어서 해고가 쉽지 않은데다 파견 형태로 근무하는 당 사무처 직원들의 복귀 자리 마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독립적인 기구로 여연을 새로 만들 것"이라며 "원장도 전문성 있는 사람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보승희 당선인은 "여연이 섀도우 캐비닛(야당이 정권 획득에 대비해 준비하는 내각, 그림자 내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에 맞춘 전문위원을 두고 정책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같은 정책 기능을 강화하는 데 여연이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