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코스피 2000이 다른 3가지 이유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거 변동…카카오 등 약진
외국인 판 만큼 사는 동학개미…증시가 앞당긴 '4차산업혁명'
by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코스피 지수가 두달 반만에 2000선을 회복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갔다. 코스닥 지수는 코로나19 이전 회복을 넘어 올들어 최고치에 올랐다. 코로나19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감은 팽배하지만 지난 3월 폭락했던 한국 주식시장은 V자로 반등한 셈이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만큼 기존 전통 제조업 주가는 고전한 반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은 4차산업혁명, 언택트(비대면) 관련주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외국인이 좀처럼 귀환하지 않는 가운데 이른바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코스피 2000선 회복을 이끌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미래 가치와 정보를 모두 반영한다고 전제했을 때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급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시가총액 지형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거 바뀌었다. 그 중에서도 쇼핑, 광고 등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연계 언택트 사업들로 주목받는 카카오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
코로나19발 폭락장 직전 마지막으로 2000선을 지켰던 3월 6일 기준 시총 10위권(우선주 포함)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LG화학, 현대차, 셀트리온, 삼성SDI, 삼성물산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5월 27일 기준 카카오는 현대차와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시총 9위에 안착했다. 지난 3월 6일 카카오 시총 순위는 18위에 그쳤었다.
코스피 지수는 똑같은 2000선이지만 카카오 주가는 17만550원에서 26만500으로 무려 48%나 올랐다. 그 결과 시가총액은 15조1884억원에서 22조681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가 삼성전자우를 따돌리고 각 한 계단씩 상승했고, 현대차와 삼성물산은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코스피 향방을 가르던 삼성전자의 위상도 다소 축소됐다. 지난 3월 6일(5만6500원)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약 12% 빠졌다.
◇똑똑해진 동학개미의 힘
'동학개미운동'을 주도한 개미들은 폭락장에서도 우량주와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식을 늘려왔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회복하던 기간(3월 6일~5월 26일)동안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무려 17조674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9조938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거래소가 전산자료를 갖고 있는 1999년 1월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의 개인 순매수 역대 순위를 보면, 개인이 하루에 1조원을 넘게 순매수한 날은 7거래일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중 4차례가 지난 3월~5월 사이에 이뤄졌다.
개인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많았던 날은 지난 5월 4일로 무려 1조7001억원이었다. 이날 주가가 2% 넘게 빠졌지만 개인은 삼성전자(5089억원), SK하이닉스(1688억원), LG화학(822억) 등을 담는 계기로 삼았다.
개인의 순매수 역대 순위 상위 10거래일중 6거래일(3월 9·11일, 4월 1·20일, 5월 4·22일)이 최근 조정장에 나왔다.
과거에는 외국인의 매수 매도 동향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갈렸지만 최근에는 개인이 유동성 장세를 이끌고 있다. 그 결과 '5월에는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증시 격언은 올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언택트·바이오·2차전지 등 4차산업혁명 주도주의 활약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지난해 잇따른 임상 실패로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던 것을 만회했다.
대표 종목은 씨젠 등을 중심으로 한 진단키트 및 진단시약 생산 관련 기업들이다. 27일 종가 기준 씨젠 주가는 11만4500원이다. 지난 3월 6일의 4만8350원과 비교했을 때 137% 올랐고, 시총 순위는 22위에서 5위로 급상승했다.
이 외에 수젠텍, EDGC, 랩지노믹스, 피씨엘 등은 코로나19로 재조명받았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셀트리온 3총사 주가도 다시금 주목받았다.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3월 6일 17만7500원에서 전날 21만3000원으로 20%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8위에서 6위로 두계단 상승했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6만7600원에서 8만7400원으로 29.2% 올랐고, 셀트리온제약은 4만1300원에서 8만5100원으로 105%나 상승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대형주 이외에도 KG이니시스, 한국정보인증, NHH한국사이버결제, 한국전자인증 등이 두자릿수대의 주가 상승폭을 나타내며 선전했다.
LG화학,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 전기차 관련주 역시 주도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표적인 2차전지주인 삼성SDI 주가는 15% 오르며 시가총액 순위가 9위에서 8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020년 낙폭의 50% 되돌림 수준인 1860선을 회복한 이후 추가 상승을 주도한 업종은 IT, 소프트웨어, 2차전지 관련주"라며 "4차산업 혁명과 언택트 문화, 코로나19 수혜주가 향후 코스피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