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석학에게 미래를 묻다]④반다나 시바 “자연을 죽이고 삶터 빼앗는 ‘범죄경제’, 코로나로 가속도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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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석학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묻다...오늘부터의 세계

반다나 시바의 말에는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가 얽혀 있다. 경제란 엘리트의 머릿속에, 자본시장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생계 속에 있음을 기억하도록 한다. 목소리조차 언론에 잡히지 않는 이들의 다급한 요청과, 코로나19가 전해주는 지구의 메시지가 그들의 대리자인 반다나 시바의 호소 속에 울려 퍼진다. 지난달 28일 인도 뉴델리에 있는 그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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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이자 ‘에코 페미니즘’의 사상가 반다나 시바는 ‘7인의 석학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다…오늘부터의 세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봉쇄 속에 생계를 위협받는 1억4000만명의 ‘잊혀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7년 1월 인도 뉴델리 ‘나브다냐’ 사무실에서 ‘세계 여성 지성과의 대화’ 기획 당시 안희경씨와 인터뷰하는 반다나 시바. 안희경씨 제공

바이러스 전파 우려 이유로
현금 대신 신용카드 권장
길거리 상인들 생계 소외돼

안희경(이하 안) = 인도는 지금 코로나19 상황이 어떤가요.

반다나 시바(이하 시바) =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록다운(봉쇄)이라고 봅니다. 경찰이 곳곳에 있어요. 거리를 다닐 수 없고,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습니다.

안 =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올라온 지방 출신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시바 = 대다수가 수용시설에 있습니다. 다들 집에 가고 싶어 하죠. 그중 일부는 가기도 했지만, 거의 붙잡혀 있어요. 먹을 것도, 돈도 없다고 합니다. 오늘 낮에도 기금을 모으는 활동가가 전화를 했는데요. 가족들에게 연락하려 해도 통신 연결에 100루피(1632원)가 필요한데 그마저도 없다고 합니다. 지금 저는 1억4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에서 잊혀진 사람들입니다.

안 = 각 나라 정부와 언론은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해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쓰라고 권합니다. 거리에서 장사하는 상인들과 현금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고려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바 = 록다운 상황에서 저는 디지털 결제를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이 경제가 우리를 내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의 생계 방식을 결정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중간계급 사람들, 더 부자인 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보장하는 거죠. 지금은 억만장자들만 자기결정권을 행사합니다. 길거리에서 채소를 팔거나 작은 상점에서 힘들게 일하며 현금을 쓰던 사람들은 밀려났어요. 오늘 낮에 정신적인 스승으로 존경받는 분이 인터넷 세미나를 하자고 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분은 어떤 경제라도 자연을 죽이고 사람들의 삶터를 빼앗는다면 이는 범죄경제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우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욱 빠르게 범죄경제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안 = 한국 언론들은 모바일로 조직된 시장이 있었기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이 사재기와 같은 혼란 없이 일상을 유지한다고 평가합니다.

시바 = 1990년대에 지속 가능성에 대해 교육하러 한국에 갔습니다. 야시장으로 안내하더군요. 한 평 남짓한 자리마다 여성들이 무언가를 팔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생계입니다. 우리가 집 안에서 무언가를 주문한다면 우리는 야시장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 여인의 생계는 어떻게 될까요? 전자상거래는 실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과 경쟁합니다. 매우 집중된 운영이고 그 분배 사슬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생계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플랫폼들 안으로 더 많은 자본 집중이 일어나고 있죠. 이미 호텔업계가 재편됐고 택시회사들이 무너졌어요. 우리는 월마트로 학습한 고통을 아마존으로 복습하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은 더 골목 안으로 파고들고, 종자와 산업화 농업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몬산토, 듀폰, 신젠타, 카길, 이 빅4가 종자를 쥐고 흔들며 살충제와 비료를 좌우합니다. 이들이 지금 디지털로 옮겨갔어요. 디지털 농업을 밀어붙이며 농부는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어제 오스텔에서는 음식을 구하는 행렬이 5㎞나 늘어졌습니다. 몇몇은 더위에 실신하기도 했죠. 그러니까 왜 그들은 뙤약볕 아래 줄을 서야 할까요? 바로 지금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투자처가 실험실 음식과 가짜 음식이 됐기 때문입니다.

가짜 고기 ‘혁신’ 칭송받지만
재료인 GMO콩 재배하느라
아마존 숲 나무들 잘려나가

안 = 가짜 고기는 2020년 최고의 혁신으로 주목받습니다. 지난 1월 CES 2020(세계 최대 IT 가전 박람회)에서는 임파서블 푸드의 가짜 소고기 버거가 숲을 보호하고 지구온난화를 막을 쾌거라고 칭송받았습니다.

시바 = 가짜 고기는 GMO콩으로 만들었어요. 왜 아마존이 잘려 나갈까요? GMO콩을 재배하기 위해서예요! 식품 소비구조를 더욱 유전자조작 산업으로 옮겨가려는 겁니다. 식물성 식품이라고 발표하는 대부분의 실험실 가짜 음식들은 GMO콩 제품입니다. GMO콩 경작지로 둔갑하느라 아마존이 타들어갑니다. 숲이 죽어가요. 미국 중부에 있는 광활한 GMO콩 재배지도 생명의 무덤이 됐습니다. 나비가 사라지고, 제왕나비가 죽고, 여타의 식물들도 죽었어요. 거기에 슈퍼 잡초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슈퍼 잡초의 대명사인 아마란스(Amaranth)는 원래 신의 음식이라는 뜻의 람바나라고 추앙받았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영양가 높은 식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8000년 동안 먹었죠. 여기에 그린(green·식품산업)과 그리드(greed·탐욕)가 뒤섞여 슈퍼 잡초가 된 겁니다. GMO콩 재배지에 뿌린 살충제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천대받습니다. 미국 콩 농사의 반이 GMO콩으로 넘어갔어요. 라운드업레디콩으로 매년 종자 거래 이윤을 남기고자 불임씨앗으로 만든 데다 암까지 유발합니다. 우리는 이를 금지하려고 미국인들과 싸우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유전자조작 씨앗을 옹호하는 빌 게이츠가 펜타곤과 함께 한발 더 나아가 유전자 편집으로 종들의 멸종을 부르는 연구를 지원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아마란스를 멸종시키려 합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는 쓸모없는 종들을 없애겠다’고 말한다면 이는 생물학적 다양성의 원리를 위배하는 겁니다. 우리와 지구의 관계를 위배하는 거예요. 또한 인도와 같은 나라들의 식량 안보를 해치는 겁니다. 지난 5년 동안 저희 연구진은 살충제에 노출된 화학식품과 고도로 가공된 식품이 암이나 당뇨병, 신경손상, 고혈압과 여러 새로운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암 환자가 많지 않았어요. 삶의 환경이 취약해져 질병으로 입는 타격이 커졌고,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드러납니다. 보팔 사람들, 뉴올리언스 암 지대(Cancer Alley)에 사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그들에게 코로나19는 치명적입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큰 숫자로 죽어가요. 식품 사막에 사는 가난한 흑인들은 정크푸드를 먹을 수밖에 없고, 비만과 당뇨병에 걸린 비율도 다른 인종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지금 죽어가는 겁니다. 산업화된 음식에 첨가된 재료들은 결코 음식이라 불려서는 안 될 물질이고, 이로 인해 우리 몸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고 있습니다.

안 = 그래도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고기 소비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시바 = 소비자들은 고기를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어요. 고기 소비는 GMO콩과 GMO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축산업, 거기에 대량 지원되는 보조금 때문에 증가했습니다. 미국에서 카포(CAFO)라고 부르는, 좁은 공간에 가축을 대량으로 길러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약적 생산구조가 부른 소비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고기 소비는 자동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우리가 공장식 축사를 지나가면 코를 싸잡아야 하죠? 그 고약한 냄새가 메탄입니다. 같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80배나 더 치명적입니다. 동물해방도 필요해요. 맘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자유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죠.

안 = 우리들의 자유와도 연결되죠.

시바 = 모든 종은 서로 연결되어 상호존재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폭력적으로 다룬다면 함께 질병에 시달릴 거예요. 우리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건강 체계 속에 있습니다. 동물의 권리, 식물의 권리, 세균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우리는 건강을 얻습니다.

모든 종은 상호 연결된 존재
동물·식물·세균의 권리를
존중해야 우리도 건강 얻어

안 = 코로나19 위기의 주요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시바 = 우리는 원인을 알지 못합니다. 중국과 미국을 둘러싼 거대한 지정학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너무나 많은 설이 난무합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고, 우리가 이미 다른 팬데믹을 겪었다는 겁니다. 지난 30년 동안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새로운 질병은 300개 가까이 됩니다. 그중 상당수는 숲에서 왔습니다. 지금 야생종들의 질병이 이동하고 있어요. 예전에 인도 키아사나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습니다. 숲을 벌채하니까 원숭이들이 마을 가까이로 왔고, 원숭이 몸에서 나온 벼룩이 인간에게 오면서 출혈성 질환이 창궐했죠. 키아사나삼림병이라고 불립니다. 에볼라도 숲이 파괴되면서 생겼습니다. 우리는 숲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압니다. 바로 우리가 지구에 대항하는 전쟁을 반드시 멈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비유를 사용하는 것도 멈춰야 해요. 세계 각국이 코로나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저는 코로나와의 전쟁은 수백만의 생계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봅니다. 벌써 3000만이 굶주려요. 계속된다면 인류의 50%가 삶터를 잃을지 몰라요. 제가 작은 가게를 하거나, 미장원에서 일하거나, 작은 공장을 운영하면, 혹은 작게 농사를 짓는다면 제 목숨과 생계는 하나로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3000만명의 굶주린 목숨을 저버린 채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인류가 생명의 그물망에 대항하여 전쟁을 선포한다면, 이는 스스로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에요. 그 순간 생명망으로부터 분리됩니다. 적어도 힘센 인간들이 나머지 인류를 향해 선포한 전쟁이 됩니다. 그 생각만으로도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거예요.

안 = 모두의 삶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경제 시스템은 연결되어 있어 신자유주의 이전인 50년 전으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시바 = 록다운은 강력한 요구가 있다면 탈세계화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두 달 동안 아무도 돌아다니지 못하고 있죠. 글로벌 경제가 거의 멈췄어요. 이 상황이 주는 메시지는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바뀌고 있고요. 그렇다면 다음 단계의 경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인데, 바로 자연을 위해 일하는 경제가 될 겁니다. 지구와 함께하는 경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색해왔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전 방식에는 살길이 없습니다. 사람이 없는 경제를 원하나요? 인공지능 로봇과 자동화는 이를 추구합니다. 우리들은 지금 다섯 명의 억만장자한테 의존하고 있죠. 그 구조가 사람 없는 경제예요.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구글. 물론 그들도 고용을 합니다. 아마도 몇 백만명 중에 한 명꼴로 할 거예요. 하지만 이 고용인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의해 곧 밀려날 겁니다. 선생님 없는 교육, 스크린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을 원하나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인 유대감은 바로 학교 운동장에서 키워집니다. 우리 아이들을 감옥에 둘 건가요? 오늘날의 감옥은 예전과 달라요. 보이지 않는 수갑을 찹니다. 쇠가 아닌 디지털 족쇄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유를 빼앗기는 구속 상태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를 충만하게 채워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고, 열정이 뭔지도 모르는 어른이 되길 바라나요? 저는 이 전환의 시기를 맞아 지금 일어나는 분수령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여겨요. 습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미래를 위한 논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만을 노리는 탐욕으로 꽉 찬 다섯 남성이 그들의 기준으로 우리를 휘두르도록 놔둘 수 없습니다. 이들은 임대업자들이에요. 예전에는 땅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걷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수수료라는 임대료를 걷습니다. 쇼샤나 주보프 하버드대 교수는 자본주의의 다음 단계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는 우리 몸과 두뇌서 나오는 데이터로 돈을 법니다. 감시 시스템이 창조되고 개인의 모든 정보가 수집되죠. 새로운 감시 시스템은 피부 아래 흐르는 우리의 모든 것을 조정합니다. 우리는 이 행성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를 그들 손에 놔둬서는 안 됩니다.

안 = 한국이 코로나19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이유가 사람들의 이동정보, 소비정보 등을 수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다수의 국민들은 안심하고요. 코로나19 이후 정보에 대해 어떤 규제가 필요할까요.

■“데이터화된 소비자 거부하고, 흙·생산자와 관계 맺는 순환경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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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의 끝을 알리는 ‘이드 알피트르’ 축제 기간이던 지난 25일 인도 델리의 구시가 지역에서 한 노동자가 단 음식을 가득 담은 판을 머리에 이고 있다. 반다나 시바는 전 세계적 봉쇄 등 ‘코로나와의 전쟁’은 수백만명의 이들 같은 노동자의 생계를 벼랑에 몰 것이라고 경고했다. EPA연합뉴스

단지 무섭다는 이유로 ‘증오’
서로를 불가촉천민 만들어
두려움이 가장 큰 바이러스

시바 = 우선 단계별로 결정해 나가야 합니다. 이 디지털 시스템이 내게 얼마나 유용하고 실리를 주는지 생각하고, 나의 실리를 넘어 어느 정도까지 일상에 들어오도록 할 것인지 결정하는 거죠. 이 단계에서도 정부에 요구할 사항들이 나올 겁니다. 그러나 그 전에 지역공동체의 의견이 자리 잡도록 토론을 조직해야 해요.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는 인류를 위한 건강, 모두를 위한 경제, 개인의 자유가 핵심 요건이라고 봅니다.

안 = 바로 민주주의가 관건이겠죠.

시바 = 그럼요. 민주주의가 그 어떤 것보다 당장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관건입니다.

안 = 당신이 정의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요.

시바 = 첫째, 우리가 지구의 일부분임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수많은 관계 속에 있고, 모두가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는 거죠. 꿀벌에겐 존재할 자유가 있어요. 지렁이에게도 있죠. 식물은 유전자조작을 당하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모든 생명을 위한 자유를 보장하는 지구 민주주의입니다. 그 안에서 인류는 생태를 말살시키는 독점화된 탐욕의 경제로부터 생명을 지속시키는 경제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살림 민주주의입니다. 몬산토가 우리 종자를 도둑질할 때, 저는 농부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들은 우리의 자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농부들이 답했어요. “우리의 자유는 숲의 자유다. 우리의 자유는 강물의 자유다.” 살림 민주주의는 모든 생명 공동체를 바탕으로 합니다. 공동체는 자기들 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흡입하는 공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마땅히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삶의 문화입니다. 새뮤얼 헌팅턴은 우리들이 증오로 만들어졌다고 말했어요. “만약에 내가 누구를 증오하는지 모른다면,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말이죠. 저는 평론가인 토머스 프리드먼과 자주 토론을 했는데, 그가 9·11 때 이런 시대비평을 했어요. “나는 옆에 테러리스트가 있을까 무서워요. 정부가 확인하도록 권한을 줄래요.” 지금은 이렇죠. “나는 옆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있을까 무서워요. 정부가 확인하도록 권한을 줄래요.” 여기에 한 가지 더 분명히 하겠습니다. 새로운 불가촉천민을 탄생시켰다! 사람들은 단지 무섭다는 이유로 서로를 증오합니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1%의 치사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단지 1%입니다. 의료전문가들이 말합니다. 가장 안전한 길은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라고요. 우리는 지금 면역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이 작은 바이러스가 인류와 행성을 지배했다고만 말합니다. 바이러스는 적이 아니에요. 이 바이러스를 죽일 수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는 결과만을 만든 겁니다. 하지만 타인이 없으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 두려움의 문화야말로 지금 가장 거대한 바이러스입니다.

안 = 이미 경제위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감염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하다 할 수 있을까요.

시바 = 당신은 경제위기가 시작됐다고 했는데, 저는 여기에 인류 비극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이겠어요. 왜냐하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생계를 잃는 거고, 작은 상점은 특히 한번 문을 닫으면 다시 열기가 아주 어려워요. 지금 어렵사리 유지하는 사람들은 지원받기조차 까다롭습니다. 경제를 이야기할 때면 늘 시장을 말하고 기업 경영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계경제예요. 바로 우리 삶이죠. 소시민들의 경제는 바로 목숨입니다. 생계 수단이 무너지면 언제나 자살 뉴스가 나옵니다. 인도에서 특히 그랬어요. 30만명의 농부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위기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자살을 보고 있습니다.

안 = 나브다냐가 추구하는 지역경제 시스템이 답이라고 생각하나요.

시바 = 그것이 답이죠.

안 = 바른 지역경제란 무엇인가요.

대지 보호하면서 농사짓고
옆 동네서 나는 것 소비하기
이것이 바로 ‘순환경제’

시바 = 순환경제가 되어야 합니다. 글로벌 경제는 이윤을 짜내고자 작동합니다. 그래서 농업산업이 세계화된 겁니다. 세계 무역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식량을 길러온 농부는 오히려 위태로워졌어요. 중간 거래자나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면서 지속 가능성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같은 지역에 있는 소비자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바로 옆에 사는 사람들요. 이것이 순환경제입니다. 순환경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요. 첫째는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겁니다.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대지를 보호하고, 다시 대지로 돌려줍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해요. ‘대지의 어머니시여 고맙습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먹거리를 주셨고 당신 품에 조금 남겨두겠습니다.’ 이 방식은 우리와 우리 미래를 보살핍니다. 자연의 생명 주기를 순환시키는 거죠. 두 번째는 생산자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관계입니다. 먹거리 안에서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어가죠. 그리고 여기에 순환경제의 세 번째 부분이 함께합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우리들은 소비자가 되면서 작아졌어요. 뭔가를 주문하기만 합니다. 이 손은 바느질을 할 수 있고, 수를 놓고, 뜨개질도 할 줄 압니다. 텃밭을 일굴 수도 있고요. 간디는 진정한 배움은 머리(head), 가슴(heart), 손(hand)을 함께 쓰는 가운데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지성은 성장합니다. 순환경제는 모든 개인을 포용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다양한 지성이 모든 차원에서 순환하는 거죠. 우리는 단지 데이터로 보이는 소비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지구 가족들 품에서, 그리고 우리 자신 안에서 활동하는 창조적인 인물들입니다.

안 = 마켓에 가면 유명 브랜드에서 나온 유기농 식품이 많은데요. 이제 유기농이 수익성을 갖춘 구조가 됐다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그 안에 소득 격차는 여전하겠다는 의문이 듭니다.

시바 = 만약 당신이 먹거리를 기르는 농부들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 거대 기업이 그 중간을 다시 차지할 겁니다. 그들은 자본을 갖고 있고, 대단한 브랜드들을 갖고 있죠. 하지만 먹거리는 모든 곳에서 자랄 수 있어요. 도심에서도 기를 수 있습니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식량은 우리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거고,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꼭 기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는 사람과 기르는 사람이 연결되는 것이 순환경제예요. 당신이 직접 텃밭을 돌보거나 농사짓는 농부를 안다면 상표는 필요 없어요. 유명한 회사 이름이 필요 없죠. 당신이 생산자와 맺고 있거나, 당신이 당신 농사와 맺고 있는 그 관계가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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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의 끝을 알리는 ‘이드 알피트르’ 축제 기간이던 지난 25일 인도 델리의 구시가 지역에서 한 노동자가 단 음식을 가득 담은 판을 머리에 이고 있다. 반다나 시바는 전 세계적 봉쇄 등 ‘코로나와의 전쟁’은 수백만명의 이들 같은 노동자의 생계를 벼랑에 몰 것이라고 경고했다. EPA연합뉴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이후
갠지스강에 돌고래 돌아와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지점이다

안 =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인가요.

시바 = 갠지스강이 맑게 흐릅니다. 돌고래가 올라왔고, 코끼리가 거기서 목욕해요. 우리에게 두 가지 배움을 줬습니다. ‘자연과 충돌하려 들면, 어머니 자연은 숨어버린다. 어머니 자연에게 마음을 활짝 열면 매우 빨리 돌아온다.’ 어머니 자연은 재생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침을 주고 있어요.

안 = 그 배움을 따를 수 있는 인간이 가진 역량은 무엇일까요. 지능인가요, 마음인가요.

시바 = 마음과 지능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고는 오직 서구에만 있습니다. 인도철학에서는 의식을 기본으로 삼고, 이는 모든 것의 기본이기도 하죠. 인도철학에서 마음은 뇌의 작용이 아닙니다. 우리 몸 전체에 마음이 있고, 마음은 더 큰 세상과 상호작용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의식을 갖고 있으니까요. 저는 식물들과 공감하고 있는데, 그들도 나와 같은 의식이 있습니다. 곧 식물의 마음입니다. 다양한 능력이 함께 어우러지는 우리의 지성은 흙과 함께할 때 비로소 발아합니다. 요즘 나오는 연구들이 흙 속에 손을 넣고 작업할 때, 모든 종류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활동한다고 밝혔어요. 신경세포 활동과 신경 활동이 뇌를 이성과 감성이 균형 있게 작용하는 홀리스틱(holistic)한 상태로 만든다고요. 우리는 탐욕으로 움직이는 자기중심적인 세상(ego-centered world)에서 나와 지구의 삶을 평화로이 영위하는 생태 중심 세상(ecological-centered world)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안 =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팁은 무얼까요.

시바 =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겁니다. 마음은 홀로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할 때, 순수한 본연의 상태로 됩니다. 그 속에서 우리 모두는 통합된 자아로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요.

안 = 저는 확장된 자아라는 표현을 쓰는데 통합된 자아가 보다 역동적인 작용을 느끼도록 해주네요.

시바 = 이를 알아차릴 때 비로소 우리는 에고(ego)에서 에코(eco)로 나아갈 수 있어요. 굴종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 나아가는 거죠. 록다운이 끝나면 저는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포옹할 겁니다. 만약에 그들이 포옹을 영원히 불법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저는 그 법을 어기겠어요. 그리고 말할 거예요.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 나는 인간의 포옹을 위험하다고 여기는 정권에 맞서 시민불복종을 하겠다. 타인과의 전쟁을 선포한 당신들의 전쟁에 맞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우리의 안전망을 세우겠다.”

반다나 시바의 끌어안겠다는 말은 어울려 살았기에 생존했던 인류의 긴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웃과 함께, 자연과 함께 공존을 모색해야 안녕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다음 석학은 케이트 피킷

다음 회는 공공역학자 케이트 피킷과 함께 공공보건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과연 국민 건강을 지키는 대안은 원격의료인지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①장하준 ②제러미 리프킨 ③마사 누스바움 ④반다나 시바 ⑤케이트 피킷 ⑥원톄쥔 ⑦닉 보스트롬 ⑧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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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나 시바는

과학자이자 농부이며 거대기업 중심의 세계화 전략에 맞서 대중의 권리를 위해 헌신해온 풀뿌리 운동 지도자이다. 농업 정책가이며 생태 중심의 대안적 삶을 제시하는 ‘지구 민주주의’ 개념과 ‘에코 페미니즘’를 태동시킨 사상가이기도 하다. 1952년 인도 북부 데라둔에서 태어났다. 캐나다 궤프대학에서 과학철학 석사,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에서 양자이론 연구로 물리학 박사를 받았다. 1982년 인도로 돌아와 과학·기술·천연자원정책연구재단을 설립하고, 1991년 토종 종자 보전과 유기농법 확산을 위한 ‘나브다냐’를 설립해 인도 16개 주 60여 지역에 종자은행을 개설하고, 100만명의 농부들과 함께 유기농사를 일으키고 있다. 나브다냐의 정신은 세계 환경, 농업, 생물다양성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다나 시바는 아프리카·남미·아시아·북미·유럽의 환경, 농업, 여성 등 다양한 시민 조직 건설에 앞장서왔고, 세계인의 지속적인 연대를 이끌고 있다. 유엔의 여러 기구에서 자문을 하며, 스페인 사파테로 전 총리의 과학위원, 부탄의 정부 주도 100% 유기농업 전환 핵심 자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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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희경은

재미 저널리스트다. 2002년 미국으로 이주, 서구의 문명사적 성찰과 대안 모색 등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세계적 마음 전문가들의 인터뷰집 <사피엔스의 마음>, 리베카 솔닛 등 세계 여성 지성들과의 대화를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 지성 11명과의 대담집 <문명 그 길을 묻다>, 놈 촘스키 등 세계 석학 7인과의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윌리엄 켄트리지 등을 인터뷰한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등 저서와 다수의 번역서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