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로나 진단키트 성공 뒤엔.. " 네이처 27년 만에 한국 특집
네이처 인덱스 한국 특집호서 집중 조명
톱다운 방식으로 반도체, 이동통신 성과
최근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에 투자 확대
공동연구 파트너 미국 이어 중국 부상해
by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력 2020.05.28 05:41 | 수정 2020.05.28 09:11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가 한국의 과학기술이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에서 연구자 중심의 기초연구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처는 27일(현지 시각) 공개한 ‘네이처 인덱스 2020 한국 특집호'에서 “한국이 연구와 체계적 개혁, 인재 유치에 대한 투자를 통해 혁신의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 상위 82개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기관과 국가별 논문 수(count)와 공유 수(share)로 분석해 순위를 결정한다. 저널에 발표된 연구 논문의 기여도를 분석, 기관과 국가별 논문의 저자 비율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다.
네이처는 1993년 한국 특집을 발간한 이래 27년 만에 다시 한국의 과학기술 특집호를 발간했다. 특집호는 기초연구와 독창적인 연구개발에 투자해 ‘선도자(first mover)’가 되려는 한국의 연구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GDP 대비 R&D 투자 세계 2위 올라
네이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이 2000년 2.1%에서 2018년 4.5% 이상으로 성장했다며 이는 1위인 이스라엘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연구개발 투자는 단순히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도자가 되겠다는 국가의 목표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 점을 특집호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봤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응용 연구를 통해 반도체와 무선통신에서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년간은 이런 응용 연구 중심에서 벗어나 기초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경제 성장에 필요했던 빠른 추정자 정책에서 선도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연구자 주도의 창의적 연구 지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는 연구자 중심의 기초연구 예산을 2025년까지 2조5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정부 R&D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18% 늘어난 24.2조원에 달한다.
한국 전체 R&D 지출의 4분의3을 차지하는 민간 부문에서는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의 기초연구 투자도 급증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교수)은 네이처 인덱스와의 인터뷰에서 “산업계가 보다 더 많은 박사급 연구자를 요구하고 있다”며 “투자의 관점에서는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동연구 파트너 미국 이어 중국 부상
네이처는 기초과학에 대한 한국의 투자가 여러 변화를 가져왔디고 평가했다. 한국은 지난 4년간 논문 공유 횟수로 측정한 고품질 연구 생산량에서 꾸준히 상위 10개국에 들었다고 분석됐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과의 협력이 크게 성장해 일본을 제치고 한국과 가장 많이 공동연구를 한 국가가 됐다. 한국의 제1 공동연구 파트너는 미국이다.
특히 한국은 2017년 이후 해외 연구자가 국내로 유입되며 다양성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구진은 국내 다른 분야 연구진에 비해 연구 생산성이 50%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 간 인적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고립된 연구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처인덱스에 의하면 최근 3년간 한국으로 유입된 해외파 연구원(내국인 포함) 비율은 4.3% 이상으로, 세계 평균치(3.7%)를 웃돈다.
데이비드 스윈뱅크스 네이처 인덱스 개발자는 “한국의 톱다운 계획은 정부, 학계, 산업계 간의 강한 유대를 구축, 정보통신기술과 혁신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가 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톱다운 방식의 좋은 예로 한국이 코로나 진단 키트를 신속하게 개발해 생산한 점을 들었다.
스윈뱅크스 네이처 인덱스 개발자는 “전후의 경제 과학 발전으로 증명된 창의성과 결단력은 앞으로 더 큰 성공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한국이 빠른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응용 연구뿐 아니라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정부의 추진계획을 보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논문 최다 연구기관은 서울대, KAIST, IBS 순
네이처인덱스는 지난해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한국 최고의 연구기관은 서울대라고 발표했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초과학연구원(IBS), 연세대, 성균관대 순이었다.
최근 가장 많은 성장을 보인 기관은 IBS였다. 네이처인덱스는 2015년과 2019년의 논문 기여도 평가를 통해 한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연구기관으로 IBS를 꼽았다. 이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충북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순이었다.
또 최근 3년간 해외 연구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연구기관은 KAIST, 서울대, 성균관대 순이었다.
산학 연구는 성균관대가 독보적인 성과를 보였다. 2015~2019년 삼성그룹은 성균관대와 159편의 네이처인덱스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서울대, KAIST, 미국 스탠퍼드대, UC버클리 순으로 공동 논문을 많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