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seoul.co.kr/img/upload/2020/05/27/SSI_20200527184615_V.png
▲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5일(현지시간) 백인 경찰의 강압 체포 행위로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시위가 벌어지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왼쪽 사진은 백인 경찰이 자신의 무릎으로 용의자로 지목한 흑인의 목을 누르는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 화면. 오른쪽 사진은 사건 다음날인 26일 사건 현장 인근에 마련된 임시 추모 장소에서 시민들이 모여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
미니애폴리스 AP 연합뉴스

“숨 못 쉰다” 절규에도… 백인경찰은 흑인을 짓눌렀다

美 비무장 흑인 용의자 검거 중 숨져 행인들 만류에도 경찰 가혹행위 계속
연루 경찰관 4명 파면에도 여론 분노
대규모 시위대 “숨 쉴 수 없다” 구호
미국에서 맨몸의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데 대해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찰의 무리한 체포 과정이 그대로 영상에 담겨 인터넷에 퍼지면서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했다. 위조수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용의자로 의심되는 흑인 남성을 체포하던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일어났다. 녹화된 영상을 보면 피해 남성은 “제발, 제발. 숨을 쉴 수 없다”며 “목이 아프다. 제발. 숨을 쉴 수 없다. 나를 죽이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때 한 여성이 경찰에 “당신은 지금 그의 숨을 끊고 있다”며 목을 누르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른 경찰은 행인의 접근을 막은 채 이를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남성의 간절한 호소가 끊어지자 행인들이 몰려들어 경찰들에게 맥박 체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여전히 남성의 목을 눌렀다. 남성은 이내 코피를 흘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고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졌다. 행인 중 한 명인 다르넬라 프레이저는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남성은 죽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흑인 남성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경찰의 행동을 규탄했다. 시위대는 사망한 남성의 마지막 말이었던 “숨을 쉴 수 없다”를 구호처럼 외쳤다. 일부 시민은 경찰을 향해 물병을 집어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대응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미 연방수사국(FBI)과 미네소타주 사법당국은 수사에 착수했고 관련 경찰 4명은 파면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