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의 공학이야기]미세먼지 저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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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유례가 없던 큰 위기에 잠시 가려 있지만 미세먼지는 인류 건강에 큰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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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공기 중에 떠다니는 크기가 10㎛(1㎛는 1000분의 1㎜)보다 작은 물질을 PM10(PM은 particulate matter의 약자)이라 한다. 워낙 크기가 작아 우리 호흡통로에서 잘 걸러지지 않고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뇌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PM10 중에서도 2.5㎛ 이하의 PM2.5는 초미세먼지로 불리며 폐의 더 깊은 부분까지 침투해 우리 건강에 더욱 위협적이다.

정부는 2020~2024년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2016년 대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1㎥당 26㎍에서 16㎍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2019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당 23㎍으로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16㎍이나 그 이하로 낮추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전예방정책으로 수송 분야에서는 노후 경유차 감축과 저공해차 보급 확대, 발전 분야에서는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등이 추진되어 왔다. 산업 생산시설, 선박과 항만 관련 시설에서의 미세먼지 발생 저감, 농업·산림 분야에서의 미세먼지 발생 저감 등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후자의 경우 장작이나 화목보일러, 농업 잔여물을 태우는 것뿐 아니라 최근 크게 발생했던 산불 등도 미세먼지 발생의 큰 요인이므로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미세먼지는 발전소·산업 생산시설·폐기물 처리시설 등 고정된 장소와 자동차·비행기·선박 등 이동체의 연소시스템 사용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탄소화합물과 금속 등 1차 미세먼지, 그리고 가스 상태로 나온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휘발성 유기화합물, 암모니아 등이 대기 중에서 반응 등을 거쳐 입자화되어 만들어지는 2차 미세먼지가 있다.

이들 중 질소산화물은 고온의 연소 과정, 황산화물은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연소 과정 및 산업 공정 등 다양한 곳, 암모니아는 비료 등의 사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화석연료 등의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한 해결책이며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도 전기가 어디서 생산되는지 잘 봐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전기의 3분의 2는 석탄, 가스, 원유 등 화석연료로 만드는데, 친환경 전기차에 공급되는 전기가 화석연료나 우드펠릿 등 목재를 태워 얻은 것이라면 오히려 더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술 개발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생산단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전 세계 평균적으로는 태양광발전의 경우 MWh(MWh는 100만Wh)당 생산단가가 2010년 약 350달러였던 것이 2018년 80달러로 많이 낮아졌으며, 올해는 60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송수단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문제뿐만 아니라 지난 5월3일 418.12PPM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말해주듯이 온실가스 저감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은 바이오 기반 친환경 화학산업으로의 재편을 통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이 가능하다.

미세먼지의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생성기작을 파악하고 관측체계를 도입해 발생 현황 파악뿐 아니라 발생 예측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정형 미세먼지 센서에 더하여 이동식 센서들을 도입하면 우리 전 국토의 미세먼지 발생 현황 및 요인을 보다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 등 건물 내부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는 것을 감안해 건물 내부와 외부를 나누어 더욱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도 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오염 발생 원인 장소에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기술들도 다수 개발되고 있다. 질소산화물은 선택적 촉매환원 반응을 통해 제거할 수 있는데, 문제는 같이 존재하는 황산화물과 반응해 만들어지는 황산암모늄이 촉매의 활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황산화물을 먼저 제거한 후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게 된다. 중공사막 등의 고면적 접촉시스템을 이용한 액상흡수제와의 접촉을 통해 황산화물을 제거할 수 있다.

이미 발생해 우리 대기를 뿌옇게 만든 1차 및 2차 미세먼지들은 제거 방법이 마땅치 않다. 우리 집 안과 건물 내에서 가동하는 공기청정기와 같은 개념을 열린 넓은 공간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 내리는 기술도 시도되고 있는데, 지구의 기후환경 차원에서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대기는 전 지구 차원에서 순환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저감과 제거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과학기술 협업이 필수적이다.

결국 어느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미세먼지 발생 원인 자체를 줄이고, 생산활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때는 발생원에서 바로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소비 생활방식을 미세먼지 저감의 방향으로 바꿔나가며,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신기술의 개발·적용이 필요하다. 전 지구인이 공동으로 노력하면 자연 대기순환 시스템 자체로도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해롭지 않은 수준까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