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DP 순위 11년 만에 하락 '세금 주도 성장'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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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8 03:24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OECD 회원국과 중국·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을 포함한 38개 비교 대상 국가 중에서 10위를 기록했다. 2009년 13위, 2015년 10위, 2018년 8위 등 꾸준히 올랐는데, 지난해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계단 하락했다.

GDP 순위 하락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한국 경제가 저성장이란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던 데 따른 결과다. 물가를 감안한 지난해 명목성장률은 1.4%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으로 떨어졌다. 1.6% 성장한 일본에도 57년 만에 처음으로 뒤졌다.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 그렇게 세금을 퍼부었는데도 실질성장률은 2.0%에 턱걸이해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그중 정부 기여도가 1.5%포인트다. 전체 성장률의 4분의 3이 세금 투입 부분이라니 세금 주도 성장이나 다름없다. 설비투자는 8%나 감소했고, 기업 이익은 반 토막 났다.

정부는 앞으로도 재정을 더 퍼부어 GDP를 키우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재정지출을 9% 이상 늘렸지만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고, GDP 순위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한국 경제는 고령화·저출산이란 유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 1분기 출생아 수가 1년 전보다 11%나 급감하며 합계 출산율이 0.9명으로 떨어졌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10년간 250만명이나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은 10년 뒤 10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세금 낼 사람은 급감하고 세금 쓸 사람은 급증한다.

이 상황에서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려면 반기업·반시장 정책을 버리고 노동·규제를 비롯한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재정을 풀더라도 입에 쓴 약도 함께 먹어야 병을 고치고 건강을 되찾는다. 세금 주도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 세금을 누가 대나. 세수 구멍을 계속 적자 국채로 메우다간 GDP 순위 하락 정도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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