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고양이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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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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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사

밥그릇 하나 앞에 두고
둘이 밥 먹는다.

한 마리 조금 먹고
고개 들어 앞산 보는 사이

앞산 바라보던 녀석이
고개 숙여 밥 먹는다.

앞산도 나눠 보며
고양이 둘이 밥 먹는다.

ㅡ장동이(1962~ )

두 고양이, 사이도 좋다. 식사도 다정하다. 동물은 한 그릇에 담긴 밥을 같이 먹기 어렵다. 그들 나름대로 서열이 있고, 먹는 것 앞에선 쉬이 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 두 고양이는 그런 것 제쳐놓고(?) 차례까지 지켜가며 밥 먹는다. 밥만 나눠 먹는 게 아니라 앞산 바라보는 것까지도 나눠 본다! 밥 번갈아 먹으며 앞산 쪽 바라보는 모습을 '앞산도 나눠 보며'라고 나타냈다. 절묘하다. 사이좋음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옛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는 첫 단원이 '영이야, 놀자. 사이좋게 놀자'였다. 인간관계가 얕아지지 않도록 경계한 것이었으리라. 1학년부터. 사람사람이 사이좋으면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이좋음이 기본 질서로 반듯이 선다면 사람 사이에 평화로움이 꽃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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