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퇴역군인 8000명 원격진료 한국업체… 세계 최고 기술력도 국내선 무용지물

[팬데믹 시대, 역행하는 원격의료] [3] 있는 기술도 못 쓰는 한국
인성정보, 16國에 年5000대 수출… 한국선 시범사업 80대 판매가 끝
"규제 풀려도 중국산에 밀릴 판"

by

입력 2020.05.28 03:05 "측정하세요."

27일 오전 미국 퇴역군인 브라이언(가명·70)씨가 한국 의료IT(정보기술) 기업 인성정보에서 만든 '하이케어 허브'가 설치된 태블릿 PC를 실행하자 이런 문구가 떴다. 평소 고혈압을 앓던 브라이언씨는 태블릿 PC에 연결된 혈당계, 체중계 등으로 자신의 혈당, 혈압, 호흡, 체중을 쟀다. 이 수치들이 입력된 지 10분쯤 지나 영상 전화 한 통이 왔다. "안녕하세요. 미국 보훈처 산하 병원입니다. 혈압이 높네요. 증세를 설명해주시면 상담 후 필요시 집 근처 약국에 고혈압약 전자 처방전을 보내놓겠습니다."

27일 인성정보가 '우리 제품을 이용하는 미국 퇴역 군인 8000명의 일상'이라며 전한 모습이다. 미국 보훈부는 지난 2017년부터 미국 퇴역 군인들에게 재택 원격진료 서비스 '홈 텔레헬스'를 제공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 쓸 원격의료 제품으로 인성정보가 낙점을 받은 것이다. 인성정보는 이 밖에도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호주 등 총 16국, 19개 파트너사에 원격의료 제품을 팔고 있다. 인성정보는 이 같은 원격의료 제품을 한 해 최대 5000개를 수출하고 있다.

반면 인성정보는 원격의료가 금지된 국내에선 일부 병원과의 시범 사업에 들어가는 80여 대만 팔았다. 인성정보 관계자는 "2009년 여러 국회의원이 나서 원격진료 규제를 풀 것처럼 말해 국내 납품을 우선했고, 2015년 식약처로부터 유헬스케어(원격의료용) 기기 인증도 받았지만, 결국 해외에서만 판로를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27일 기준 인성정보를 포함해 국내 유헬스케어 인증을 받은 제품은 총 47개다. 작년 5월 기준 원격의료 인증 기기는 51개였고, 이후 10개가 새로 인증을 받았지만 14개 제품은 "인증이 쓸데없다"며 업체에서 자진 해제해 오히려 수가 줄었다. 김홍진 인성정보 이사는 "당장 원격의료 규제가 풀려도 국내시장에선 이미 앞서 저가 상용화에 성공한 중국 원격의료 제품에 밀릴 상황"이라며 "국내에선 제대로 상용화가 안 되니 국내 원격의료 기술 기업들이 계속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좋아요 0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 올 44조원 규모 성장 배준용 기자

https://image.chosun.com/sitedata/thumbnail/202005/28/2020052800263_0_thumb.jpg

심장 박동기 정보 실시간 전송, 한국만 30년째 'OFF' 양승주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제휴안내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