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해외 특허 분쟁서 지원군 역할… 핀테크 수출 등 성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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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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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핀테크 기업 텐스페이스가 개발한 '아스터RM'의 구현 장면. 텐스페이스의 고진석(오른쪽 사진) 대표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국제 지재권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아스터 RM을 해외 금융사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제공

최근 미국 금융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미 정부의 제재 대상 국가·범죄조직과의 금융 거래를 막는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 의무'(AML/CFT)를 지키는 것이다. 실제 미 정부는 이란의 은닉 자금 거래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4년 BNP파리바 은행에 89억달러, 2019년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유니크레디트은행에 각각 11억달러, 13억달러를 벌금으로 부과했다. 규제 강도는 점차 강해지는 추세다. 많은 미국 금융사는 AML/CFT 준수를 위한 새로운 설루션을 찾아 나서고 있다. 미국 증권사 스트레이츠 파이낸셜 그룹(SFG)이 국내 핀테크 기업 텐스페이스가 개발한 '아스터RM'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텐스페이스의 아스터RM은 대상자의 소셜미디어(SNS)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29개 미국 기관의 금융범죄 공시 정보를 함께 분석해 금융범죄 이력이 없는 고객이 제재 대상국 혹은 범죄조직과 관계됐는지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텐스페이스 고진석 대표는 "단순히 공시 정보만 모니터링하던 기존의 AML/CFT 설루션과 달리 SNS를 함께 분석한다는 점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고, SFG에서 텐스페이스를 방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 후 계약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 막판, SFG가 갑작스럽게 아스터RM에 대한 특허 보증 검토 자료를 요구했다. 지식재산권 전담 인력이 없는 텐스페이스로서는 자체적으로 특허보증 검토를 할 수 없었기에 막막한 상황이었다. 고 대표는 "SFG에서 생각 이상으로 특허 분쟁을 중요한 이슈로 다뤘기에 높은 수준의 자료가 준비되지 않는 한 계약 자체가 틀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텐스페이스는 대책 마련을 위해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서 운영 중인 국제 지재권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대응 전략 지원사업은 수출 중소·중견기업이 해외 기업과 지식재산권(IP) 문제를 겪을 경우 특허법인 등 전문가를 통해 대응 전략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텐스페이스는 대응 전략을 통해 막연하게만 추측했던 해외 경쟁사를 특정할 수 있었고, 특허소송 현황·보유 특허 등을 토대로 경쟁사별 분쟁 대응 시나리오를 받았다. 또 전문적인 특허 검색을 통해 유사성이 높은 특허 29건을 도출했고 해당 제품 분석, 특허등록과정 조사를 통해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근거 자료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분쟁 소지를 줄일 수 있는 특허 회피 설계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SFG는 완성된 대응 전략 보고서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마침내 지난해 9월 계약서에 최종 사인했다. 텐스페이스는 미국에서의 첫 계약이 성사된 지 3개월 후, 또 다른 해외 증권사인 난화증권과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중국과 일본 등 해외 금융사를 대상으로 아스터RM 판매 계약을 추진 중이다.

고 대표는 "국제 지재권분쟁 대응 전략 지원 사업을 통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특허 분쟁 위험을 알았고 수행기관에서 제안한 회피 설계안을 설루션에 도입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해외 금융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특허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할 수 있어 높은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텐스페이스는 SNS 기반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인 '아스터뱅크'의 동남아 금융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대안신용평가는 금융 거래에 기반을 둔 기존 신용평가와 달리 온라인 구매 정보, 통화 시간, 검색 키워드 등 비(非)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용을 평가하는 기법이다. 아스터뱅크는 SNS를 기반으로 최소 200가지의 변수를 고려해 신용도를 산출한다. 텐스페이스는 최근 싱가포르 대형 금융사에 아스터뱅크를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계약 과정에서도 국제 지재권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을 통한 컨설팅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고 대표는 "동남아는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반면 청년들의 금융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아 대안 신용평가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서창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지원과장은 "수출 시 특허보증 검토 자료나 계약서에 특허 침해로 인한 비용을 책임진다는 조항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안정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 지재권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을 활용해 IP 분쟁 위험을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위험 요소별 IP 분쟁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아요 0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제휴안내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