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었던 美리츠, 기지개 편다... "호텔·리테일보다 데이터센터·헬스케어 유망"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기가 꺾이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미국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수익률이 회복되고 있다. 오프라인 경제 활동 재개라는 기대감에 실물 투자 상품인 리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기에 경기 민감도가 낮은 과거 '방어주'로서 역할을 한 리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위상이 급락했다. 수익률은 바닥을 쳤고 호텔, 리테일 등 일부 리츠는 배당 삭감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유통 관련 리츠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지난 4일을 기준으로 44.2% 급락했고 오피스 리츠의 수익률도 26%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12.7%)와 나스닥 지수(-4.2%)가 하락폭을 줄였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수익률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미국 리츠는 과거에도 경제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주가 회복이 더졌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27일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리츠가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68개월이 걸렸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42개월 가량이 소요됐다.
그러나 점진적이나마 수익률 회복세는 뚜렷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5월 4주 기준으로 미국 리츠는 전주보다 7.3%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 글로벌 리츠지수는 5.8% 상승했다. S&P500 지수(3.2%) 상승률을 2.6%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리츠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다양한 섹터에 투자하고 있어 장기적인 자산배분 관점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생활 확산에 따라 물류·통신인프라와 관련된 리츠에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리츠의 섹터별 수익률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호텔, 리조트, 헬스케어, 리테일 순으로 하락폭이 크지만 통신 셀타워 등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리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기술 주도라는 시대적 변화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며 "리츠 섹터에서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재개 분위기에 따라 낙폭 과대 자산군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노인요양원과 간호시설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미국 헬스케어 리츠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해당 리츠들은 미국 내 요양원 발 확진자수가 크게 증가하며 연초 대비 최고 낙폭이 -70%에 달했지만 미국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제, 경제 안전 법안(CARES Act)’에 따라 100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원이 결정되면서 반등하는 분위기다.
윤 연구원은 "미국 리츠협회에서 공시하는 미국 헬스케어리츠 5월 임대료수령률은 89.9%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월(87.4%)보다 2.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5개의 조사대상섹터(산업, 아파트, 오피스, 헬스케어, 리테일)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이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