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보이는 지구…코로나 지나고 나면 더 큰 재앙 닥쳐온다
지구온난화 시나리오 살펴보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이전과 현재의 세계를 비교하면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아닐 수 없다.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 코로나19가 정복된다고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침체된 경제 회복도 당면 과제이지만 사실 더 큰 재앙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다. 잠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제한 조치 등 코로나19 대응 조치 덕분에 일시적으로 지구가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구온난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육지보다 바다가 더 생존 위협 심각
호주 퀸즐랜드대, 연방과학산업연구회 해양·대기·생물과학연구소, 선샤인코스트대,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대 생태보호연구센터, 일본 홋카이도대, 영국 스코틀랜드 해양과학연구회, 독일 알베르트 루트비히대, 헬름홀츠 해양과학연구센터,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육지보다 바다가 지구온난화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 해양생물들의 생존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27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5월 26일자에 발표됐다.연구팀은 1955~2005년 50년 동안 육지와 바다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분석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지구온난화 시나리오별로 2050~2100년의 지구온난화 속도를 예측했다.
●깊은 바다 기온 상승 속도 2~4배 빨라
그 결과 육지와 해수면에 비해 온도는 낮지만 1000m 이하 깊은 바다는 지역에 따라 20세기 후반 지구 평균기온 상승 속도보다 2~4배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가 계속 배출될 경우 금세기 말 심해 온도상승 속도는 이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연구팀은 예측했다. 연구팀은 바다의 기후변화 속도가 가져오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위협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2만여종의 해양생물의 생태 공간 점유 패턴도 분석했다. 중심해 이하에는 해양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부분에 해당하는 플랑크톤과 크릴새우를 비롯해 오징어 등이 살고 있는데 기후변화는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해양생태계 전체를 뒤흔들어 수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프랑스 피카르디 쥘 베른대 제공
●해양생물 고위도 이동… 최대 6배 빨라
프랑스 피카르디 쥘 베른대, 툴루즈 폴 사바티에대, 몽펠리에대,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테네시대의 생물학자, 해양학자, 기후학자들도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 생물종들의 적응 능력이 예상에 못 미친다는 비관적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 5월 26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육상과 해상의 1만 3570여종의 동식물을 대상으로 1870~2018년까지 분포 변화와 지구온난화 추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따라 점차 동식물들이 고위도 지역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해양생물종들은 육상생물종에 비해 최대 6배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엘 그루뉘에 툴루즈 폴 사바티에대 교수(진화생물학)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종들의 이동은 수산업, 농업, 각종 도시계획 등 인간 활동에 의해 그 속도가 가속화되거나 둔화되기도 한다”며 “이번 연구를 보면 생물종들은 현재 살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기보다는 거주지를 이동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