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미래에셋 박현주, '일감 몰아줘라' 지시 증거 못 찾아…법 위반도 적어"
by NEWSIS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고발 없이 과징금만
"박현주, 직접 지시 증거 못 찾아…법 위반 정도 적어"
"골프장·호텔 원래 이용해…통행세 받는 행위도 아냐"
"발행 어음에 어떤 영향 미칠지 공정위는 판단 불가"
"지주사가 결정해 계열사에 배분했다는 증거는 찾아"
"한화·SPC 등 다른 사건에 선례처럼 작용할 수 있어"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계열사를 동원해 동일인(총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미래에셋에 검찰 고발 없이 과징금만 부과했다. 총수인 박현주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SO)가 "일감을 몰아주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관계인으로서 법 위반이 중대해야 고발할 수 있다. 박 GISO가 (블루마운틴CC·포시즌스호텔) 사업 초기에 영업 방향이나 수익 상황, 장점 등을 언급한 바는 있지만, 직접 사용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이런 언급도 사업 초기에만 행해졌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이어 "태광의 김치 판매처럼 뜬금없는 행위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거래처만 단순히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법 위반 정도가 적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은 골프장·호텔을 계속 이용해왔고, 계열사가 관련 사업을 시작한 뒤 해당 사업장을 이용하기만 했으므로 '통행세'를 받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지난 2015~2017년 합리적인 고려나 비교 없이 미래에셋컨설팅과 거래하며 430억원가량의 일감을 몰아줬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인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CC)과 포시즌스호텔을 운영하는 회사로 박 GISO(48.63%)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91.86%에 이른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미래에셋에 시정(향후 금지)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3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다음은 정 국장·이상욱 공정위 지주회사과 사무관과의 일문일답.
-박 GISO가 직접 지시했다는 물증을 포착하지 못해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인가.
"공정위 고발 지침에 따르면 동일인은 특수관계인으로서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해야 고발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위법성 정도가 (직접) 지시에는 이르지 않은 관여로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박 GISO가 블루마운틴CC 영업 방향, 수익 상황, 포시즌스호텔 장점 등을 언급했지만, 직접적으로 사용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박 GISO 대신 법인을 고발할 여지는 없었나.
"법인 고발도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야 한다. 이 건은 위반 정도가 명백·중대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일감을 몰아준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에셋이 투자한 골프장·호텔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라는 측면, 그리고 김치 판매처럼 뜬금없는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거래처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형사 고발이 없었던 것이 총수·법인에서 지시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부당 내부 거래가 이뤄진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이뤄진 것인가.
"명백한 지시 증거는 없지만, 어느 정도 관여는 했다고 보고 있다. 경영전략회의 등에서 (박 GISO가) 보고를 받고, 그것을 묵인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지시를 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렇게 (고발을 안) 한 것이다."
-미래에셋에서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소를 제기하면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 직접 지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는데,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나.
"승소할 자신이 있으니까 이것(제재)을 하는 것이다. 패소를 염두에 두고 이런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미래에셋의 발행 어음 사업에는 차질이 없다고 봐도 되나. 공정위 공식 입장은.
"발행 어음 사업은 저희가 아니라 금융위원회에서 판단할 문제다. 그 사업에 차질이 있다 없다를 저희가 예단할 수는 없다."
-발행 어음 사업과 관련해 공정위가 금융위 등 금융 당국에 제재 결과를 알린다든가 하는 절차가 있나.
"따로 없다. 금융위·금융감독원에서 (공정위 제재)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는데, 저희가 공식적으로 통보하거나 하는 절차는 없다."
-부당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에게 돌아간 부당 이득 규모를 산정할 수 있나.
"사익 편취 자체가 총수에게 부당 이익이 귀속된다는 것을 보는 것은 아니고, 총수가 일정 지분을 가진 지원 객체가 이익을 봤다고 하면, 그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 총수도 이익을 본다고 본다."
-미래에셋은 전원 회의 과정에서 어떤 논리를 대며 혐의를 부인했나.
"법 위반 성립 요건을 하나하나 다 반박했다. 예를 들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거나, '합리적인 고려·비교라는 것이 공정거래법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다르게 단순히 내부적으로 고려만 하면 되지 않느냐' 등이다. 지원 객체 입장에서 전체적인 거래 규모가 상당하다고 봤는데, 이것을 '다 쪼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의사 결정이 지주사 차원에서 이뤄져서 계열사들에 전달됐다는 증거는 있나.
"그렇다. 미래에셋캐피탈이 그 (지주사) 역할을 많이 했다. 저희가 디지털 포렌식(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 기법)한 증거물 등을 보면 이쪽(미래에셋캐피탈)에서 의사 결정해 안분하고 배분했다.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한화·SPC 등 사익 편취 사안이 남았다. 미래에셋 사례가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나.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현재 남은 사건에 적용되는 법조가 꼭 같지는 않다. 만약 같은 법조가 적용된다면 이번에 했던 판단들이 그 사안에도 베이스(밑바탕)로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거래 상대방 선정 과정에서 효율성 증대 등 효과가 있으면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하는데, 미래에셋이 이에 해당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몰아준 일감 규모 430억원을 두고 '상당한 규모의 대규모 거래'라고 평가했는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나.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 사유로 효율성 증대·긴급성·보안성 등이 있다. 저희가 봤을 때 이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었고, 피심인(미래에셋) 측에서도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법령에 상당한 규모를 얼마 이상으로 본다 이렇게 기준을 정해둔 것은 아니다. 그러나 430억원이 블루마운틴CC나 포시즌스호텔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상당한 규모로 본 것이다."
-과징금 규모가 너무 적은 것 같다.
"(이 사무관) 과징금 규모는 합리적인 고려·비교 없는 거래 규모의 10분의 1로 정한다. 이는 지원 주체와 객체에 동시에 부과된다. 주체 측은 자신이 거래한 금액이고, 객체 측도 받는 쪽이니까 주체 측 금액만큼 객체에도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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