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내 조기 복귀 가능’ 한국식 DL 제도, 묘수될까 꼼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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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선수층 감안 ‘돌려막기’ 활용…회수 제한에 ‘순위싸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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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1루 안타치고 달리다 오른쪽 다리 부상을 입고 괴로워하고 있다.

삼성 구자욱은 지난 10일 KIA전을 앞두고 팔꿈치 통증 때문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1군에서 말소될 경우 10일이 지나야 복귀가 가능하지만 2020시즌 처음 도입된 부상자 명단 제도 덕분에 10일이 지나지 않아도 부상에서 회복하면 1군에 돌아올 수 있다. 구자욱은 실제로 5일 뒤인 15일 1군에 복귀했다. 한화 이용규 역시 14일 종아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5일 만인 19일 1군에 복귀했다.

KBO리그는 2020시즌 부상자 명단 제도를 도입했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의 FA 등록일수를 보전해주는 것이 첫번째 이유지만, 리그의 얇은 선수층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부상자 명단 제도와 다른 점이 바로 기한 내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는 10·15일짜리와 60일짜리 부상자 명단 제도를 두고 있다. 다친 선수를 부상자 명단에 올려두면 빈자리에 마이너리그 선수를 콜업해 사용할 수 있다. 2017년 10일로 줄였더니 ‘선발 돌려막기’에 사용되면서 2020시즌부터 투수는 15일짜리로 복귀시켰다. 야수는 10일, 투수는 15일이 지나기 전에는 부상에서 벗어나도 빅리그에 돌아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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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부상자 명단 제도는 10일, 15일, 30일짜리로 나뉘는데, 기한 내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에 ‘돌려막기’가 가능하다. 이를 허용한 것은 리그의 얇은 선수층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가벼운 부상일 경우 엔트리 한 자리를 소모한 채 둬야 했다. 말소 뒤 10일 동안 콜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며칠 동안이라도 빈자리를 다른 선수로 채울 수 있어 1군 선수들의 소모를 방지할 수 있다. 더 많은 선수를 활용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구단 감독들은 한국식 부상자 명단 제도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만, 부상자 명단의 ‘무한 활용’은 막혀 있다. 선수별 30일씩만 쓸 수 있기 때문에 10일짜리는 3번만, 15일짜리는 2번만 사용이 가능하다.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2일만 있더라도 일단 10일짜리 한 번을 사용한 것으로 처리된다. 구자욱은 26일 내전근 부상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번에는 10일 이내 복귀가 어려워 보이지만 일단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을 2번째 썼다.

한국식 부상자 명단 제도는 여름 이후 순위 싸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부상을 이유로 선발 투수를 빼고 그 자리를 불펜 투수로 채웠다가 5일 뒤 자기 로테이션에 복귀 시키는 게 가능하다.

‘꼼수’ 비난이 일 수도 있지만 모두가 합의한 제도인 데다 공평한 기회를 활용한 ‘묘수’가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한국식 부상자 명단 제도는 각 구단 ‘뎁스’의 중요성을 높인다. 2군에서 올릴 선수가 없는 팀이라면, 부상자 명단의 활용도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