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눈앞에 보였는데…야속한 코로나 탓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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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무대 진출도 올림픽 꿈도…국내 여자골프 1인자 최혜진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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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어쩌나… 최혜진이 코로나19 여파로 향후 진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퍼팅라인을 읽고 있는 최혜진. KLPGA 제공

투어 중단으로 대회 줄줄이 취소
LPGA 대회 우승하는 것 외엔
시드권 따는 방법 모두 사라져
현재로선 대표 선발도 만만찮아

국내 여자골프 1인자 최혜진(21·롯데)은 요즘 ‘나비 효과’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을 것 같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나듯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미국여자골프(LPGA) 투어 진출도, 올림픽 출전 꿈도 첩첩산중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원래 최혜진은 올해까지 한국 투어를 뛴 뒤 내년 세계무대로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KLPGA를 석권한 최혜진의 골프 수준을 감안하면 그의 LPGA 진출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LPGA 투어가 중단되고,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최혜진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최혜진이 LPGA 시드권을 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고진영(25·솔레어)과 김효주(25·롯데)처럼 LPGA 대회서 우승하거나 박성현(27·솔레어)이 개척한 대로 상금랭킹 40위 안에 드는 상금을 획득해도 LPGA 시드권이 주어진다. 김세영(27·미래에셋), 이정은6(24·대방건설)처럼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퀄리파잉스쿨은 열리지 않고, 상금 혜택도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선수들의 2020년 시드를 2021년까지 인정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우승 외에는 LPGA 시드권을 따낼 수 있는 방법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KLPGA 상금왕 자격으로 자동 출전할 수 있는 메이저대회나 몇몇 초청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최혜진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기회다. 고속도로 같았던 LPGA 진출이 갑자기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셈이다.

올림픽 출전도 갈수록 태산이다. 올림픽에는 한 나라에서 2명까지 출전할 수 있지만 세계랭킹 15위 이내의 경우 국가당 최대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현재 한국은 15위 이내에만 6명이 포진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랭킹 27위인 최혜진은 국내 선수 중 4위 안에 들려면 순위를 엄청 끌어올려야 한다. LPGA 대회가 하나라도 더 있어야 따라갈 여지라도 있는데 나갈 대회가 없다. 7월부터 LPGA가 재개된다고 해도 자가격리 때문에 원하는 만큼 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가급적 많은 LPGA 대회에 나가 포인트를 쌓고 싶지만 돌아오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리듬과 감이 뒤죽박죽이 되면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최혜진의 아버지 최길호씨는 “올림픽이나 LPGA에 진출하려면 LPGA 대회에 많이 나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혜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대홍기획 관계자는 “지금은 신경 쓴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우선은 KLPGA 투어에 집중하다 LPGA 대회가 열리면 나가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우승하면 내년에 가는 거고, 여의치 않으면 후년에 가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