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미래에셋, 총수 고발 면해 ‘발행어음 사업’ 추진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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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로 사익편취 혐의…12개 계열사에 44억 과징금
“박현주 회장 직접지시 증거 못 찾아” 고발 대신 시정명령 처분
심사 중단됐던 초대형 투자은행 핵심 사업 연내 인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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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들을 동원해 총수일가 회사에 400억원 이상의 일감을 몰아준 미래에셋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0억원대 과징금 제재를 받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고발이 면제됐다. 한숨 돌린 미래에셋이 발행어음 사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를 받는 미래에셋그룹 소속 12개 계열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3억9100만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한 박 회장에게는 시정명령만 내린다.

공정위 심의 결과 2015~2017년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보험을 중심으로 한 11개 계열사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블루마운틴CC(골프장)와 포시즌스호텔에 일감을 몰아줬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등 총수일가가 전체 지분의 91.86%를 가진 회사다. 계열사별로 해당 골프장·호텔 이용권을 구매하고, 주요 행사·연수를 두 곳에서만 개최해 비용을 지불하는 등의 방식이 활용됐다. 공정위는 “그룹 차원에서 블루마운틴CC 및 포시즌스호텔과의 거래를 사실상 강제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11개 계열사가 다른 골프장·호텔 사업들과의 합리적 비교 없이 상당 규모로 내부거래해 총수일가에 부당이익을 줬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2015~2017년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의 내부거래 총액은 43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1819억원)의 23.7%에 달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컨설팅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총수일가)은 골프장 사업 안정화와 호텔 사업 성장이라는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박 회장의 법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 보고 고발하지 않았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박 회장이 경영전략회의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보고받고 묵인하는 등 관여했지만, 직접 지시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공정위가 앞선 일감 몰아주기 제재 6건 모두에서 총수일가나 법인을 고발했던 것과 비교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박 회장은 불법행위의 수혜자인데 고발과 과징금 부과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해 박 회장의 지시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증권업계에서는 박 회장 고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형사 제재 시 미래에셋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발행어음 사업이 좌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은 만기가 1년 이내로 짧고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개인·법인의 투자금을 끌어모으기 좋은 상품이다. 미래에셋은 2017년 7월 관련 사업 인가를 신청했으나 그해 12월 금융감독원이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박 회장이 검찰 고발을 피하면서 미래에셋은 발행어음 사업의 연내 인가를 비롯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인가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IMA 사업 인가 기준(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충족한 회사는 미래에셋뿐이다. 미래에셋 측은 이날 “보다 엄격한 준법경영 문화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발행어음 인가) 심사 재개와 관련한 필요 작업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