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해요…케이비오도 구창모 덕분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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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승에 평균자책 ‘0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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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투구폼에 강약 조절
올 들어 스태미나도 좋아져
리그 대표 에이스 ‘유력 주자’

구창모(23·NC)의 별명은 ‘엔구행’이다. ‘엔씨(NC)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해요’를 줄인 말이다. 이제 ‘케구행’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케이비오(KBO)는 구창모 덕분에 행복해요’. 구창모가 KBO리그 통산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구창모는 26일 창원 키움전에서 7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7-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째와 함께 0점대 평균자책(0.62)을 유지했다. 삼진 32개 역시 리그 공동 1위(롯데 스트레일리)에 올랐다. 시즌 초반 트리플 크라운(평균자책, 다승, 삼진 1위)을 향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구창모는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였다. 좋은 공을 지녔지만 경기 운영이 때로 불안했고, 최다이닝이 133이닝에 그칠 정도로 내구성에 의문이 있었다. 2018년까지는 선발 등판 평균 소화이닝이 5이닝을 넘지 못했다. 2020시즌 구창모는 많은 것을 바꾸고 리그 최고 에이스에 도전하는 중이다.

강점인 속구 활용에서부터 변화가 나타난다. 구창모의 속구 평균구속은 올 시즌 143.8㎞로 지난해에 비해 1㎞가 더 늘었다. 평균 구속 1㎞ 증가는 타자에게 ‘달라진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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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구창모가 껍질을 깰 수 있었던 것은 반대로 속구 의존도를 줄인 덕분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속구 구사율은 47.9%로 예년에 비해 꽤 줄었다. 커브(11.6%)와 포크볼(14.8%)의 비중이 늘었다.

NC 이동욱 감독은 “강약 조절을 통해 타자와의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키움전 3회 2사 1·2루 박동원 타석 때 초구는 116㎞ 커브였다. 직후 143㎞ 속구는 내야 뜬공을 유도했다. 이날 경기에서 구창모는 속구 구속을 140~148㎞로, 커브는 113~124㎞로 차이를 뒀다. 속도가 다르면 다른 구종이나 다름없다.

독특한 투구폼은 상대 타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구창모는 공을 쥔 손이 뒤로 많이 빠지지 않은 채 어깨와 팔꿈치로 이어지는 회전력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한다. 복싱으로 치자면, 짧은 훅이다. 뒤로 크게 뺐다가 돌아 나오는 주먹은 힘이 세겠지만, 상대가 피하기도 쉽다. 구창모의 팔꿈치와 손은 몸에 붙어 움직이면서 작은 원을 그리면서도 빠른 스피드를 낸다. 타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펀치 같은 느낌이다. 타이밍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스태미나를 만드는 허리가 튼튼해진 것도 비결 중 하나다. 구창모는 2017년 선발 평균이닝이 4.6이닝이었다. 지난해 5.3이닝으로 늘었지만 101이닝, 19번 등판밖에 하지 못했다. 허리 피로골절로 포스트시즌은 물론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도 빠졌다.

구창모는 부상 회복을 넘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코어 근육을 강화하면서 전체적인 몸의 밸런스가 좋아졌다. 튼튼해진 허리는 투구 높이의 변화로 이어졌다. 구창모의 릴리스포인트는 지난해에 비해 8~9㎝가량 높아졌다. 시즌 초반이지만 4차례 등판에서 평균 7.2이닝을 소화했고 모두 퀄리티스타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