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시민 50명만 모이면 잡아들였다
by 조선일보 베이징=박수찬 특파원입력 2020.05.27 23:14 | 수정 2020.05.28 03:02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내용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과 중국 국가(國歌)를 모욕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국가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27일 홍콩 도심에서 벌어졌다. 시위대는 미국·영국 국기 등을 흔들며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했고, 경찰은 시위대가 모이는 즉시 검거해 시위 확대를 막았다. 홍콩 경찰은 이날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3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이날 수십~수백명 규모로 홍콩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 센트럴 등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 시위를 벌였다. 홍콩 명보는 1000여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가 제정할 예정인 홍콩 보안법과 이날 홍콩 의회가 심의한 국가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홍콩 교육 당국의 경고에도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광복 홍콩' 등의 현수막을 들고 침묵 시위에 나섰다.
앞서 일부 네티즌은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고 의회를 포위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의회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경찰 3000여 명을 배치해 집회를 막았다. 홍콩 경찰은 50인 이상 모이는 경우 무조건 해산시키겠다고 밝히고, 무장한 경찰을 지하철역 입구와 길목 등에 투입해 시위대가 모이거나 구호를 외치는 즉시 검거했다. 검은 옷을 입은 20대 시위대 수십명이 육교, 상가에서 체포돼 줄줄이 경찰차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최루 스프레이를 뿌렸다. 시위대는 밤까지 도로에 쌓인 쓰레기에 불을 지르는 등 산발적 시위를 이어갔다.
홍콩 보안법 반대 진영은 대규모 시위를 경고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인 조슈아 웡은 이날 미국 CNBC 인터뷰에서 "홍콩 보안법은 홍콩을 지키던 방화벽을 무너뜨리는, 지난해 범죄인 송환법보다 더 사악한 법률"이라며 "올여름에 파업과 수업 거부, 대규모 시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6월 4일 중국 톈안먼 사태 기념일, 7월 1일 홍콩 주권 회복일 등에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홍콩 내 친중 진영은 이날 주요 신문에 홍콩 보안법을 지지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오후 9시까지 홍콩에서 110만명 이상이 홍콩 보안법 지지 서명에 참가했다고 27일 보도했다. 홍콩 인구(750만명)의 15%가량이다.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 청쿵그룹 창립자는 이날 친중 매체인 문회보 인터뷰에서 "(홍콩 보안법은) 안정적 발전에 도움이 되고,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인대는 28일 전체회의에서 홍콩 보안법을 표결, 통과시킬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인대가 국가 안전을 위해하는 '행위와 활동'을 처벌하는 방식으로 홍콩 보안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보안법 처벌 대상에 '활동'을 포함해 정부의 자의적 처벌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다. 전인대 홍콩 대표 중 한 사람인 마이클 티엔은 "시위 도중 일부 참가자가 반정부·폭력 행동을 할 경우 다른 참가자들까지도 홍콩 보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으로 도피하는 홍콩인들을 돕는 특별 정책을 내놓겠다고 27일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만으로 이주하는 홍콩인의 정착을 돕는 내용의 '홍콩 인도주의 원조 행동' 안건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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