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으로 물품 구입 후 ‘착한 기부’ 확산
by 이종섭·최승현·류인하 기자 nomad@kyunghyang.com자치단체들 ‘지역 내 소비·기부 운동’…일석이조 효과
▶대전
시 산하기관·사회단체 참여
식료품 등 복지시설에 기부
허태정 대전시장은 27일 지역화폐인 ‘온통대전’ 카드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아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에 기부했다. 기부는 지역에서 쌀과 라면 등 식료품을 구입해 적십자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허 시장은 “정부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고 기부하면 고용보험기금으로 적립돼 실업자 등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지만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받아 지역 소상공인이 만든 제품이나 판매상품을 구매한 뒤 복지시설에 기부하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취약계층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과 수령이 본격화되면서 지역 내 소비와 기부를 독려하는 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20일부터 시 산하기관과 지역 경제·사회단체가 동참한 가운데 이른바 ‘두 배 착한 기부’ 운동을 펴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고 기부하기보다 일단 받아서 지역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한 뒤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부하자는 취지다. 시에서는 동참하는 기관에 복지시설을 한 곳씩 연결해주고 해당 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구입해 기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양천구청장 등 앞장
생필품, 푸드뱅크·이웃 전달
지역마다 이런 형태의 소비 확산을 위해 자치단체장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서울에서는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지난 26일 관내 전통시장과 사회적기업, 골목가게 등에서 정부 재난지원금으로 생필품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앞서 김수영 양천구청장도 본인이 받은 재난지원금 60만원에 60만원을 더해 미용실과 음식점 등 동네 단골가게에서 선결제하며 소비를 독려하고, 생필품을 구매해 푸드뱅크에 전달했다. 또 성동구와 성동구공무원노동조합, 성동구상인연합회는 ‘정부 재난지원금 소비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협약’을 맺고 전 공무원이 매주 1회 이상 전통시장을 찾아 재난지원금을 소비하기로 했다.
▶강원
최문순 지사, 탈모약·속옷 사
SNS에 인증사진 올리기도
강원도도 지난 25일부터 ‘재난지원금 쓰리고(돕고·살리고·나누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도청 공무원들이 지역 전통시장을 찾아 자발적으로 재난지원금 소비운동을 펼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캠페인 시작에 맞춰 재난지원금 60만원을 강원사랑상품권으로 받아 전통시장에서 탈모약과 속옷 등을 사며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최 지사는 “소비활동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체감하긴 어렵다”며 “재난지원금 신청과 소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