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아베, 도플갱어 ‘코로나 말썽꾸러기’
by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대선·도쿄 올림픽 우려해 확산 방관
마스크·치료제 곤욕 치르고도 자화자찬까지 꼭 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코로나19에 대한 닮은꼴 ‘미숙한 대처’로 입길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를 과소평가하고 방역을 소홀히 해 감염 폭증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정상화를 서두르다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사회 확산은 피할 수 없다”는 보건당국 경고에도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하고 기자회견에서 기침하는 시늉을 하는 등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진단검사 등 정부 차원의 대처도 늦었다. 오는 11월 대선만 의식한 탓에 바이러스 확산이 사람들의 일상에 미칠 파장보다 경제에 끼칠 악영향만 우려하다 사태를 키웠다. 그 결과 미국은 26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와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사망자는 10만명을 넘었는데, 이는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아베 총리도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7월 말 개최가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코로나19 확산을 방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감염자 수’ 관리를 위해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나온 확진자 700여명을 확진자 통계에서 빼는 꼼수를 부렸다. 도쿄 올림픽 1년 연기가 결정된 지 이틀 후인 지난 3월26일에야 정부 차원의 대책본부 설치를 지시했다. 일본은 지난달 7일 7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를 선언했고 9일 뒤인 16일 긴급사태를 47개 광역자치단체 전역으로 확대했다.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일본 내에선 “죽을 만큼 아파야 검사해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대처를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내가 일을 잘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150만명에서 200만명의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5일 긴급사태 전면 해제 방침을 표명한 기자회견에서 “일본 모델의 힘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책임론을 모면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있다.
두 사람이 ‘마스크’로 곤욕을 치른 것도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를 방문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세금 466억엔(약 5260억원)을 들여 가구당 두 장씩 주기로 한 아베마스크로 곤욕을 치렀다. 너무 작아 일본 각료들도 외면한다는 보도가 잇따랐고, 한 중학교에선 아베마스크 착용 강요 논란까지 벌어졌다.
두 사람은 코로나19 치료제를 두고도 좌충우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가, 이 약이 심장병 부작용으로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복용을 중단했다. 아베 총리는 신종플루 치료제인 아비간이 “(코로나19) 개선에 효과를 보인다”고 주장했지만, 임상시험 신청 기업이 전무해 이달 중 치료제로 승인하려던 목표가 좌절됐다.
게다가 두 사람은 ‘정치적 이유’로 정상화를 독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 19 대응 실패, 측근인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전 도쿄고검 검사장 마작 스캔들 등으로 곤경에 빠졌다. 두 사람이 정치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식의 섣부른 논리를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