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배송’ 치중 뒷전 밀린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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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63명 확진 ‘급증세’
“거리 두기 없고, 작업복 돌려입어”
엘리베이터 2대로 4000여명 사용
사측에 질문해도 “모른다”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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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경기도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쿠팡은 물류센터 근무자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센터를 폐쇄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경기 부천시 쿠팡 부천 물류센터 작업장 내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27일 밤 기준으로 63명이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ㄱ씨는 26일 통화에서 “(물류센터 내)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는 애초에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최근까지 식당에서 100여명이 붙어 앉아 식사를 했고, 센터 차원에서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한다는 공지를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ㄱ씨는 “퇴근길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선 모두 6층 옥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는 단 두 대뿐이라 수많은 사람이 몰리곤 했다”며 “계단 통로도 비좁아 매번 접촉이 불가피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물류센터에서는 4000여명이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노동자 ㄴ씨도 “(확진자가 나오면) 감염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손 소독제를 주고,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센터에서 제공하는 방한복도 방역 관리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쿠팡 물류센터의 경우 영하 20도에 달하는 냉동창고가 있어 노동자들이 방한복을 입는데, 위생관리 없이 공용으로 입었다는 것이다. ㄴ씨는 “세탁을 전혀 하지 않아 냄새도 나는 옷을 이렇게 돌려 입어도 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첫 확진자 발생 후 센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동자들은 쿠팡 측이 확진자 동선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업무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지난 24일 오후 물류센터에 ‘확진자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 알려달라’고 문의했지만 거의 하루가 지난 다음날 오후에야 “금일(25일) 오후 출근 가능한 사원은 ‘오후 가능’이란 회신을 부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ㄴ씨 등은 25일 오후 센터 폐쇄 직전까지 출근해 일했다.

센터 측은 25일 오후 센터 폐쇄를 공지하는 자리에서도 ‘확진자 동선을 알려달라’ ‘같은 날 출근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 노동자들의 질문에 “자세한 건 보건당국이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정확한 정보는 잘 모른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 자리에 있었던 노동자들은 “회사가 직원을 대상으로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ㄱ씨는 “층별로 업무가 나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층과 층 사이를 옮겨다니며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센터 내에서 구체적 동선을 파악하기엔 폐쇄회로(CC)TV가 없어 일하는 사람들은 감염될까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센터는 초기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함구하기에 급급했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물류센터) 구내식당과 흡연실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셔틀버스, 작업장 등에서의 접촉도 감염 지점으로 추측하고 있다”면서 “해당 물류센터 노동자 등 4000여명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쿠팡 측은 “현재 방역당국이 자세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충실히 협조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씀드릴 수 없는 사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