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달라지는 일상](17)집은 잠자고 쉬기만 하는 공간? 이제는 따져볼 게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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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문화

외부 위험에 ‘대피처’ 역할
개학 늦춰지고 재택근무
공부·일 다목적 공간 수요
건설사 ‘비대면’ 설계 반영

코로나19는 주거문화도 바꾸고 있다.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일상공간이었던 ‘집’이 코로나 이후에는 전염병과 같은 외부 위험으로부터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대피처’로 떠올라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요에 따라 향후 주택시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고급 아파트의 차별화 요소인 공동체(커뮤니티) 서비스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김모씨(49)는 “코로나 확산이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한동안 공동 사우나 시설 등이 폐쇄돼 이용이 불가능했다”면서 “재개장하더라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서관이나 피트니스센터도 잠정휴업한 곳이 많다.

이에 건설사들은 ‘비대면(언택트)’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향후 건립할 아파트 단지에 커뮤니티시설 내부를 돌아다니며 시설 안내와 예약을 지원하는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도입 일정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상당히 앞당겨졌다”면서 “입주민들에게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이 ‘사무실’이자 ‘교실’ 역할을 하게 되면서 다목적 공간 수요도 늘어났다. 기존 아파트 도면이 방·거실·주방으로 구분됐다면, 여기에 새로 추가된 ‘올인룸’ ‘알파룸’ 등으로 불리는 다목적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가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거나, 학교나 학원을 쉬는 자녀가 학습공간으로 쓰기 위한 공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씨(45)는 “코로나 이전에는 잡동사니를 숨겨놓던 창고였지만 최근 쓰임새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간이 넓고, 층간소음이 적은 집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방역도 강화될 조짐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분비물 속 바이러스로 전염병이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깨끗한 공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다. 현대건설은 최근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에 나서면서 공기청정 및 바이러스 살균 기술을 적용한 세대용 환기시스템을 선보였다. 이전까지 세대 환기시스템이 미세먼지 문제를 고려한 공기청정 기능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바이러스 제거 기능까지 더해지는 추세다.

도시계획도 바뀌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현대 도시는 인구밀도와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 과거에 비해 감염병 확산과 같은 비상상황 시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감염병 확산 방지 및 치료 예방이 가능한 도시조성을 위해 사전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LH는 최근 발주한 ‘건강한 미래도시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되는 여러 해법들을 3기 신도시 건립 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