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 내 인생의 책]④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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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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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겸 사상가 톨스토이는 60세 이후에 문학적 성공의 허망함을 고백하면서 종교적 색채가 깊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10편의 러시아 민화를 모은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후반기 대표작 중 하나다.

인간 세상에 내려온 천사 미하일은 가난한 구두 수선공 세몬 가족과 동거하면서 세 가지 진리를 깨닫는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미하일은 세몬과 그의 아내 마트료나의 따듯한 보살핌을 받으며 인간 내면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 번째 진리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였다. 곧 사망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1년을 신어도 망가지지 않는 구두를 주문하는 부자 고객을 보면서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몬 가족과의 생활이 6년이 지났을 무렵 미하일은 고아가 된 쌍둥이를 거둬 키운 여인을 만난다. 그제야 그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걱정만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톨스토이가 전하는 가난하지만 소박한 농민의 삶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는 현대인에게도 유효할까.

현대인은 빵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빵과 사랑이 공존하는 지혜가 인류의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삶의 방식에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질 숭배가 인간의 삶을 집어삼키고 있다.

인류는 거대한 도전 앞에 놓여 있다. 인간 수명 120세 시대다. 60~65세 정년 후 남은 생은 무엇을 하며 공동체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1인 기업이 늘어나면 안정적인 소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저비용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겨울 속에 봄이, 봄 속에는 여름이 숨어 있는 법이다. 나와 너 속에 서로의 생명이 숨어 있음을 깨닫고 삶의 방식, 발전 방식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