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하지만…노사정, 플랫폼노동자 보호 첫발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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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발주처·노동자 간 공정계약 감독 ‘자율규범’ 합의
사회보험 적용 방안 세부 논의·배달 업종 분과위 발족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SW) 프리랜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이 발주처와 노동자 간 공정계약 체결을 감독하는 내용의 ‘자율규범’을 도입한다. 법·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최소한의 규칙이라도 마련해 시장질서를 바로잡아보려는 시도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디전노미)는 27일 ‘플랫폼경제 활성화 및 노동 종사자 지원 방안에 관한 합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플랫폼을 통한 인력중개가 확산하고 있는 IT·SW 개발 분야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

디전노미는 IT 인력중개 플랫폼기업이 준수해야 할 자율규범 도입에 합의했다. 자율규범에는 계약 체결, 대금 결제, 수수료, 세금, 차별 방지, 평가제도, 경력 증명, 분쟁 해결 등에 관해 플랫폼기업이 지킬 사항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플랫폼은 발주처와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구체적인 노동조건이 명시된 계약서를 작성하는지 확인하고, 상호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야 한다. 매칭 과정에서 성별, 나이, 학력 등의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분야 1~3위 플랫폼인 이랜서·위시켓·프리모아가 자율규범을 준수하겠다고 밝혔으며, 정부는 준수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디전노미는 향후 IT 플랫폼노동자 사회보험 적용 방안을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맞춤형 교육과정 개설, 종사자들의 플랫폼 협동조합 설립·운영을 위한 지원 체계 정비,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지원 등에도 합의했다. 업계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노사정이 공동으로 현황 조사·연구도 펼치기로 했다.

전병유 디전노미 위원장(한신대 교수)은 “공식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모든 플랫폼 노동을 규율하는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노사정이 현재 가능한 선에서 합의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에 따르면 IT·SW 개발 프리랜서는 최대 6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조사에서는 SW 프리랜서 가운데 온라인 중개사이트를 통해 일감을 얻은 비율이 37.9%로, 인력 파견업체(35.5%) 등을 통한 일감 획득보다 많았다. 계약서를 쓴 적이 있는 SW 프리랜서 중 16.1%만이 계약서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이날 디전노미는 디지털 플랫폼노동 중 배달 업종 분과위원회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오는 10월까지 열리는 분과위에는 라이더유니온 등 이해관계자와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가 참여했다. 배달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확대와 고용보험 가입 등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중점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