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지휘봉 잡은 김종인의 첫마디 “생각지도 못한 일 할 것, 놀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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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전국위서 비공개 강연
비대위 출범…30대가 3명
당명 개정도 추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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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을 지휘하게 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27일 “앞으로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할 것”이라며 당의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통합당은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의결했다. 통합당은 총선 패배 이후 42일 만에 지도체제를 갖추게 됐다. 김 위원장은 “세상이 변했다”며 당명 개정과 노선·정책의 전면적 변화를 예고했다. 다음달 1일 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는 김 위원장은 내년 4월까지 통합당을 맡는다.

김 위원장은 이날 4·15 총선 낙선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강연에서 “경제민주화보다 더 새로운 걸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보수’ ‘진보’라는 낡은 이념을 버리고 새로운 길로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진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면서 “정당은 국민이 민감해하는 ‘불평등’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말했다. 보수의 노선을 넘어 이념이 아닌 정책 중심으로 전환하되,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독일 사례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독일에서 공부해 사회주의자라고 매도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신자유주의가 한계를 보일 때 보완을 잘했다. 배워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독일의 기민당은 보수 정당이지만 진보 정책 등을 수용하면서 집권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가 바뀌었다”며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뭐가 좋은지 생각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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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2차 전국위원회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정우택 전국위원장(네번째) 등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일각에선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을 하려면 절차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고서 이야기하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시대 변화’를 여러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1년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 “바보 같은 짓”이라며 “당이 시대정신을 못 읽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엔 당시 서울시장인 오세훈 전 의원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의 변화를 거론하며 “어느 쪽이 변화한 세상에 더 잘 적응하느냐의 문제가 남았고 그것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내가 이번 일을 해놓고 고맙다는 소리는 못 들을 게 뻔하다”라고도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고 한다.

‘김종인 비대위’의 환골탈태 의지는 인적 쇄신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발표된 비대위원에는 30대가 3명, 여성이 2명이 포함됐다.

김재섭 전 서울 도봉갑 후보(33), 김병민 전 서울 광진갑 후보(38), 정원석 현 청사진 공동대표(32) 등이 지도부에 이름을 올렸다. 9명의 비대위원 중 당연직인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원장을 제외하면 절반을 30대로 채운 것이다. 젊은 인사들로 ‘낡은 정당’의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머지 3명도 초·재선 의원을 배치했다.

재선 성일종 의원을 비롯해 ‘여공 출신 싱글맘 변호사’로 알려진 초선 김미애 당선인, 20대 국회 비례대표이자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이다.

통합당을 ‘대수술’하겠다는 김종인 비대위는 당명 개정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민 비대위원 내정자는 “당의 정책, 정신과 가치를 바꾸면 당명 변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