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넘어 ‘K에듀’…파라과이 동심 사로잡았다
by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빨리 학교에 가고 싶지만
TV 교육 영상도 재미있어”
굿네이버스·EBS 등 도움
파라과이 교육 영상 제작
“한국모델 확산하면 K에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서 빨리 학교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분홍색 옷을 맞춰 입은 파라과이 자매가 지난 18일 ‘굿네이버스 파라과이’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티카 밀라그로스(10)와 동생 로사(5)는 파라과이 바레로의 초등학생들이다. 정부가 1년 휴교령을 내려 지난달부터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들은 집에서 만화를 보거나 닭과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자매는 매일 오후 3시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1일부터 공영 채널의 교육방송을 보기 위해서다. 파라과이 정부는 교육방송으로 공교육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영상은 초등학생 대상 스페인어·과라니어(과라니족의 언어) 언어 교육과 생활 속 아동권리 교육을 담는다. 언어 교육 영상에서는 파라과이에서 흔히 보는 종달새인 ‘벨루’와 ‘호르헤’ 선생님이 나와 스페인어를 가르친다. 아동권리 교육 영상을 본 로사는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학교에 가고 싶지만 영상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파라과이 정부가 교육방송을 구축하는 데엔 한국 단체들의 도움이 컸다. 2018년부터 한국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파라과이 정부에 기술과 경험을 전달해왔다. 파라과이는 한 번도 교육 영상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국 단체들이 파라과이 정부와 합작한 교육 영상은 2018년부터 민영 채널에서 방영됐고 지난달부터 공교육 대용으로 공영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27일 통화를 한 이병희 굿네이버스 파라과이 대표(46)는 파라과이에 교육방송을 도입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다.
“2016년 홍수가 났을 때 이재민을 도와주고 있었어요. 그때 이들이 머리에 텔레비전을 이고 집에서 나오는 걸 봤어요. 아무리 가난해도 어느 나라든 필수 아이템이 하나씩 있는데 여긴 텔레비전이었던 거죠. 방송을 통한 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굿네이버스 파라과이는 2016년 파라과이 최초 어린이 드라마를 제작했다. 어린이 6000여명을 상담한 내용을 토대로 이들의 일상적 이야기를 담아 파라과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굿네이버스는 이를 계기로 교육방송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EBS에 도움을 청했다. <뽀로로와 친구들>을 제작한 남한길 EBS PD(50)가 현지에 제작 노하우를 공유했다. 남 PD는 “최근 코로나19로 공교육을 대신할 영상 콘텐츠 수요가 급증했다”며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학교 교육을 대체할 콘텐츠를 가진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BS는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에 교육방송국 설립 사업 등도 진행한다. 남 PD는 “수십년간 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교육 격차를 줄여간 경험을 가진 한국 모델이 개발도상국들에도 전파된다면 ‘K에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방송은 교육 현장에서 소외된 각국 아동들에게 더 많은 학습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이 대표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교육 사업을 할 때 학교를 짓고 교사를 훈련하거나 장학재단을 세운다. 하지만 교육방송을 만들고 그 기술을 전수해준다면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이들의 교육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교육 콘텐츠를 확대 보급해 교육격차 해소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