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말 심해선 육지보다 11배 빠른 기후변화 예상, 해양생물 2만종 위기
by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이번 세기말에는 바다 표면과 심해 사이 중심해의 기후변화 속도가 육지보다 최대 11배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바다생물 2만종가량의 생존이 위협받고, 인류도 식량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퀸즐랜드대와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은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바다의 과거 50년 동안 기후변화 속도를 분석하고, 11개의 기후모델을 사용해 이번 세기 동안의 바다 기후변화 속도를 예측했다. 연구진은 현재는 육지의 기후변화 속도가 2배가량 빠르지만 미래에는 바다의 기후변화 속도가 육지를 추월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바다 표면으로부터 200~1000m 깊이인 중심해(中深海·mesopelagic)의 기후변화 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200~1000m 사이 바다의 기후변화 속도는 현재보다 최대 11배에서 최소 4배까지 빨라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심해에는 참치나 오징어 같은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 영역의 기후변화 속도가 가속화되는 것이 참치나 오징어 어획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연구진은 약 2만종의 바다생물들이 미래에 기후변화로 인해 위협받을 수 있는 영역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의 기후변화는 깊이에 따라 각기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현재 중심해의 기후변화 속도는 육지보다 느리며 깊은 바다에 사는 생물 종들이 현재 시점에서는 육지에 사는 종들보다 기후변화의 위험에 덜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심해의 생물들은 온도 변화가 별로 없는 환경에 적응해 살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에 육지 생물들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바다의 기후변화 속도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퀸즐랜드대 앤서니 리차드슨 선임연구원은 “우리에게는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며 “해저 광물 채취, 심해저 어업 같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심해 생물들이 위협 받는 것을 줄이기 위한 긴급한 조치가 그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