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 군’ 4주기…‘위험의 외주화’는 현재형
내일(28일)은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 모군의 4주기입니다.
19살이던 김 군은 지난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 달리던 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은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진행되는 게 원칙이었지만 김 군은 혼자였습니다. 당시 김 군의 가방에선 아직 뜯지 못한 컵라면이 나와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는데요.
시민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두 달 뒤, 진상조사 보고서에서 "우리 사회 저변에 만연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불완전한 안전시스템이 초래한 필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킬 수 없었던 열악한 작업환경과 인력구조, 외주수리업체와 원청과의 안전소통 부재 등 외주용역의 원·하청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이 구조적 문제가 4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김 군 사고 2년여 뒤인 2018년 12월 10일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29일엔 경기도 이천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노동자 38명이 숨졌습니다. 지난 13일엔 강원도 삼척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김 모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동료 노동자에게 발견됐습니다. 사고를 당한 지 2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동료에게 발견됐습니다. 이번에도 2인1조 작업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용균 씨의 사고와 삼척사고 모두 구의역 사고와 '판박이'인 셈입니다.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산업 재해로 근로자가 숨지면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도록 한 김용균법이 시행됐지만, 올 들어 4개월 동안 숨진 노동자만 315명에 달합니다.
KBS는 오늘과 내일 이 문제를 집중 점검합니다.
먼저 오늘은 김포 골드라인과 9호선 2,3단계에서 시설 정비·점검을 하는 노동자들의 작업 현장을 따라가 봅니다. 김 군 사고 이후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지만 실상은 외주용역업체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 형태로 민간회사가 운영하고 있는데요. 인력상황 탓에 여전히 2인1조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노동자들은 호소합니다.
올해부터 시행된 이른바 '김용균법'의 빈틈도 짚어봅니다. 정부 지침상 철도와 발전소 같은 공공분야와 컨베이어벨트 청소 등의 경우, 2인 1조로 일하도록 권고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노동계는 사용주인 기업에 대한 처벌이 미약한 점을 '끊이지 않는 산재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편익을 고려하는데 처벌 수준이 낮으면 안전관리에 비용을 들여 현행법제도를 준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실제, 구의역 김 모군 사망사고로 이정원 전 서울메트로 사장에겐 벌금 천만 원, 하청업체인 은성PSD 이 모 대표에겐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는 등 처벌 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이 법을 시행하고 있는 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등은 내일(28일) KBS 9시 뉴스에서 전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