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자리' 유엔사 GP 총격 사건 조사…남은 쟁점은?
by NEWSIS유엔사 "정전협정 위반" VS 국방부 "적절히 대응"
30여 발 軍 대응사격, '비례성 원칙'에 위배되나
북한 GP총격, 우발적인 사고인가?…미궁 속으로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유엔군사령부가 지난 3일 중부전선에서 발생한 북한군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 남북한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북한군을 조사하지 않은 '반쪽짜리' 보고서로 마무리되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군은 지난 3일 오전 중부전선 GP에서 우리 군 GP를 향해 14.5㎜ 고사총 4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사격 원점으로 추정되는 북측 초소를 향해 K-3 경기관총과 K-6 중기관총으로 30여 발을 사격했다.
유엔사 다국적 특별조사팀은 북한군 GP 총격 사건 다음날인 지난 4일 오전 6시30분께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 스웨덴·스위스 인사들과 함께 총격이 벌어진 장소에서 실사를 벌였지만, 북한군은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유엔사는 결국 조사 22일 만인 지난 26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2020년 5월3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간 감시초소 총격사건을 조사한 결과 남북한 양측 모두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는 "우리 현장부대는 당시 북한군의 총격에 대해 대응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며 "유엔사의 이번 조사결과가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제적 조치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맞섰다.
◇유엔사 "韓 정전협정 위반" VS 국방부 "적절히 대응"
유엔사는 "조사 결과 북한군은 5월3일 오전 7시41분 군사분계선 북쪽에 위치한 북한군 초소에서 남측 유엔사 250번 초소를 향해 14.5㎜ 소형 화기 4발을 발사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한국군에 대해서도 "북한군 소형 화기 사격에 대응해 32분 뒤 사격 및 경고방송 2회를 실시했다"며, 마찬가지로 "한국군의 대응 사격도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유엔사의 이같은 판단은 '쌍방은 비무장지대에서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정전협정(1조6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 관계자도 정전협정 위반 이유에 대해 "매우 클리어(clear)하다"며 "양쪽이 모두 DMZ(비무장지대)에서 MDL(군사분계선)을 넘어 총격을 가했기 때문에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우리 군이 정해진 교전수칙에 따라서 정상적으로 대응을 했기 때문에 정전협정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방부가 유엔사의 조사 결과 발표 뒤 입장문을 내고 "우리 현장부대는 당시 북한군의 총격에 대해 대응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며 이례적으로 반박한 것은 이 같은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 안팎에서는 DMZ 내 GP 설치 및 중화기 반입 등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남북이 모두 암묵적으로 정전협정의 기본 정신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軍 대응 사격, 유엔사 교전수칙 '비례성 원칙'에 위배되나
유엔사 교전수칙에 규정된 '비례성 원칙'에 따르면 대응 사격은 확전 가능성과 위기 고조 등을 따져 그에 상응하게 조치해야 한다. 가령 적이 10여 발로 도발할 경우 10여 발로만 응사하라는 것이다.
유엔사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서 북한군이 14.5㎜ 소형 화기 4발을 발사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 군 역시 북한군이 4발 이상 발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북한군 GP 총격 당시 5.56㎜ K-3 경기관총과 12.7㎜ K-6 중기관총으로 30여 발의 대응 사격을 한 것을 놓고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사는 표면적으로는 우리 군의 대응이 과하다는 판단은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 사항을 조사했지 교전수칙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과잉대응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엔사가 한국군에 대해 "북한군 소형 화기 사격에 대응해 32분 뒤 사격 및 경고방송 2회를 실시했다"고 언급하면서 '정전협정 위반'으로 결론내린 만큼 과잉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엔사도 우리 군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K-3 경기관총과 K-6 중기관총 30여 발을 발사한 것에 대해 별도의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유엔사 교전수칙과 달리 한국군 교전수칙은 '비례성 원칙'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군의 도발 수준에 따라 3~4배로 응징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北 GP총격, 우발적인 사고인가?…미궁 속으로
유엔사는 이번 발표에서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도 "(북한군이 발사한) 4발이 고의적으로 발사됐는지, 우발적 실수였는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유엔사가 두루뭉술한 조사 결과를 내놓는 이런 상황은 예견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간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한 유엔사 차원의 조사에 북한이 거의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이 우발적으로 총격을 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북한군 총격 직후 우발적 상황이라고 인식할 만한 북한군 내부 동향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 같은 북한군 동향과 함께 총격 당시 북한군이 근무교대 후 장비점검을 하고 있었다는 점, 북한군 GP 인근 영농지에서 도발 상황과 달리 일상적인 활동이 식별된 점 등을 토대로 '오발'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군이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를 시험하거나 교란작전의 일환으로 오발 사고 정황을 드러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북한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의도성 여부를 파악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한편 유엔사는 이번에 북한이 사용한 화기에 대해 14.5㎜ 소형화기(small arms fire)라고 평가했다. 우리 군이 14.5㎜ 고사총으로 판단한 부분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에 대해 유엔사 관계자는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며 "표현상의 차이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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