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대표 수백억원 챙겨 잠적…전주시내가 술렁
by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전북 전주에서 한 대부업체 대표가 높은 배당을 미끼로 영세상인들과 시민들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뒤 잠적했다. 현재까지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액만 300억원이나,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사기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27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주의 한 대부업체 직원 14명은 지난 22일 이 업체 박모 대표(47·인천)가 회삿돈 300억원을 들고 잠적했다며 고소장을 내 수사에 착수했다.
고소장을 낸 대부업체 직원들 외에도 전주시내 전통시장인 전주 중앙시장과 모래내시장 영세상인들 상당수가 피해를 당해 고소장을 냈다. 부동산업계와 요식업계 등 적지 않은 시민들도 연루돼 있는 상태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며 돈을 맡긴 김모씨는 “한 달에 원금의 10%를 준다고 해 돈을 맡겼고, 배당금이 일주일 단위로 꼬박꼬박 들어와 주변 지인들을 소개해 수억원을 대부업체에 맡겼다”면서 “모은 자금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데 쓴다는 말을 들었다. 피해를 당한 이들 말을 들어보면 전체 액수가 600억원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대부업체는 지난 1월부터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게는 원금의 월 10%에서 적게는 3%까지 배당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소개한 사람은 10%의 배당에서 일정비율을 자신이 취하고 나머지를 배당해 주는 다단계 방식이었다. 고배당금에 현혹돼 투자액수를 늘리는 바람에 10억원대의 피해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업체는 인천에 본사를 두고 전주 만성동과 전주 신시가지 등 두 곳에 지사를 둬 자금을 모았다. 본사 대표 박모씨는 잠적한 상태며 전주 신시가지 진모 대표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만성동 지사를 책임졌던 권모 대표만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씨는 지난 23일 투자자들에게 ‘차입금을 운영하는 대표가 실종돼 상환이 힘들게 돼 죄송하다. 백방으로 찾으려 노력했으나 찾지 못해 고소한 상태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영세한 전통시장 상인들까지 피해를 당한 것은 이 대부업체가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17년부터 전주 지역 시장을 중심으로 소위 ‘일수놀이’를 시작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하루 몇 만원씩을 받고 연 이율 7%의 수익을 안겨줬다. 그러다 1월부터 고율의 프로모션을 제안했고, 상인들은 선뜻 받아들였다.
상인 박모씨는 “대부업체 대표가 지역 신협에서 수년 동안 일하며 시장 상인들과 교분을 쌓아온 터여서 의심없이 돈을 맡겼다”면서 “피땀으로 매일 몇 만원씩 모은 목돈을 날리게 생겼으니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며 “당초 예상보다 피해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