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해제? 북한호응 0%" vs. "북한이 애냐, 제재·보상은 답 아니다"
[현장] 전략연 주최 전파포럼, 보수-진보 전문가의 이견... 안보실 비판은 이구동성
by 신나리(dorga17)
"북한의 시선은 여전히 워싱턴D.C.를 향해 있다. 서울이 아니다. 북한이 워싱턴을 움직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99.9% (신경이)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하고 교류협력법 개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제가 볼땐 거의 0%다."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북한을 처벌이나 보상의 대상으로 보는 한 남북관계의 진전은 없다. 북한이 아이인가. 잘하면 보상해주고 못하면 제재하게. 그건 국제정치의 논리가 아니다. 결국 전형적으로 군비축소로 갈 수밖에 없다. 제재와 보상으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 -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남북협력을 바라보는 보수·진보 인사의 의견이 충돌했다. 정부가 유엔 제재를 벗어나 남북협력을 모색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 안된다는 보수전문가의 주장에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전문가는 제재가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는 '제재 무용론'으로 되받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아래 전략연)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제1회 전파(前派)포럼'을 개최했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 이른바 보수와 진보인사로 분류되는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부 제2차관을 냈던 김성한 원장은 "북한이 남북협력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 못박았다.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는 북한으로서는 남북협력이 의미없는 제안이라는 것.
김 원장은 "우리 정부는 북미 관계의 촉진자 역할을 포기하면 안된다, 그런데 최근 남북관계를 개선해 성과를 내려한다"라면서 "우리가 해야 할 건 미국이 제시하는 정치적 보상을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북한이 어린아이냐"라면서 김 원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한 '제재'라는 무기는 북한을 설득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견해다.
이 교수는 "북한이 아무리 인권 감수성이 부족해도 지금까지 생존한 나라"라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우리는 당사자다, (제재가 아닌) 군비축소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너무 급했다" vs "장점 많았다"
이들은 집권 3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온도 차이를 보였다. 보수 전문가들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이어진 평화체제의 불씨를 정부가 되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정부가 너무 급하게 정상회담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면 좋지만, 잘되지 않으면 문제를 수습하기 어렵다"라면서 "실무자끼리 만나서 조정을 해놓고 정상이 만나 결단을 내렸어야 한다"라고 짚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던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상회담의 속도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탑다운 방식의 정상회담과 실무진부터 협의를 하는 바텀업 방식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2018년에는 탑다운이 필요했다, 그 덕분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선언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역할을 두고는 보수·진보 전문가 모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김성한 원장은 "현 정부의 안보실은 비대화돼 있다"라면서 "(안보실이)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책입안을 주로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책을 만들어서 집행하는 A부터 Z까지 모두 안보실이 다 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안보실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외교·안보 격변의 시기"라면서 "현 안보실은 관성에 사로잡혀 플랜A마저 제대로 돌파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