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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2016년 2월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할 때 이른바 ‘통치행위’ 방식으로 강행해 남북교류협력법의 제정 취지를 무시했다. 개성공단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사설] 시대 변화 반영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당연하다

정부가 행정절차 간소화를 통해 북한 주민과의 접촉을 넓히는 쪽으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남북교류협력 목적으로 북한 주민 접촉 때 승인에서 신고로 전환 △이산가족 연락·우발적 만남은 신고 면제 △지방자치단체를 남북협력사업 주체로 명시 △남북교류 중단시 국무회의 심의 등이 담겨 있다. 남북 접촉에 대한 정부 통제에서 ‘개방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남북교류협력의 내용·주체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상황과 시민사회의 개정 요구를 반영했다고 한다. 현실적이고 타당한 법 개정이다.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이후 시민단체, 학자들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통해 교류협력 기반을 조성하라’고 요구해왔다. 북한 주민 접촉이 신고사항임에도 통일부가 신고 수리 조항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대북 접촉을 불허하는 등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남북교류협력 사업 주체에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서 중앙정부의 부담을 줄이자는 ‘분권형 대북정책’ 요구도 만만찮았다.

1990년 8월1일 남북교류협력법을 제정해 남북 교류와 협력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한 건 노태우 정부였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그동안 통치권적 차원에서 다뤄온 남북관계를 법적 규율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2016년 2월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할 때 이른바 ‘통치행위’ 방식으로 강행해 이 법의 제정 취지를 무시했다.

일부 보수세력은 법 개정 방향을 두고 ‘대북 경계망을 느슨하게 한다’거나 ‘국가보안법과 상충한다’고 주장한다. 30여년 전의 노태우 정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낙후된 인식이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은 이른바 ‘7·7 선언’을 발표해 적대적인 대결 상대였던 북한을 ‘교류와 협력의 대상’으로 인정했고, 1990년 후속 조처로 남북교류협력법을 만들었다. 이 법이 생기면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지 않고 북한 사람을 만나거나 북한에 투자하는 게 가능해졌음을 알아야 한다.

현행 남북교류협력 제도는 냉전 구도에서 대북 교류의 예외적 허용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30년이 지난 만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법 개정은 당연하다. 이참에 한반도 평화를 뒷받침하는 남북교류협력의 법적 기반을 더 튼튼하게 만들기를 바란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