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2시간마다 환기?…"1시간에 코로나 쫙~" 새 지침 비판 쏟아져
생활속 거리두기 새 지침에 전문가 "궁여지책" 비판
"환기 불가능 공간에 에어컨 틀경우 코로나 인큐베이터 될 것"
by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실내 에어컨 사용'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 등에 대한 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궁여지책'의 지침이라며 일부 항목의 코로나19 감염 예방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 "에어컨 트는 동안 조금이라도 창문 열어놔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각 중앙부처 및 17개 시·도와 함께 생활 속 거리두기 추가·개정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에 내놓은 지침에는 여름철을 맞아 다중이용시설에서 에어컨을 사용하는 방법이 포함됐다.
정부는 에어컨 사용 시 실내공기가 다시 순환되고 바람으로 인해 비말이 더 멀리 확산할 우려가 있으므로 환기, 풍량에 주의하여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부적으로는 △에어컨 바람이 사람의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바람의 세기를 낮춰서 사용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하되 최소 2시간마다 1회 이상 환기 △환기가 불가능한 밀폐시설에서 에어컨을 사용할 때에는 모든 이용자 마스크 착용 등의 지침이 제시됐다.
하지만 위 지침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2시간 동안 환기를 안 하면 그동안 바이러스가 다 퍼진다"면서 "에어컨을 튼다면 조금이라도 창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광저우에서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한 식당에서 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발생했는데, 에어컨 공기순환 기능 때문에 침방울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식당에서는 A가족, B가족, C가족 세 집단이 1m 이상 거리를 두고 식사했으며 창문이 없어 환기하지 못한 상태였다. 무증상 감염자가 있었던 A가족과 A가족으로부터 전염된 B·C가족 간 겹치는 체류시간은 각각 53분, 73분이었다.
환기를 하지 않은 채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1m 이상 거리를 유지하더라도 약 1시간 이내에 바이러스가 확산한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또 천 교수는 학교 급식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급식실에선 식사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다가 조리기구와 음식의 열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에어컨 사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천 교수는 "감염 위험을 줄이면서도 급식소 직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학교에서 도시락을 싸서 학생들을 점심시간 전에 집에 보내는 방법을 제안한다"며 "아이들도 괴로울 텐데 꼭 오후까지 수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는 "환기가 불가능한 밀폐시설은 아예 출입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며 "환기가 불가능한 밀폐시설에서 에어컨까지 튼다면 '바이러스의 인큐베이터(양성소)'가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새로운 지침이 "궁여지책"이라면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생활방역'이라더라도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면마스크 괜찮아"…전문가 "에어로졸 차단 못 해"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에 이어 27일부터 초등학교 학생들도 등교를 시작하자 정부는 이번 지침을 통해 '학생 대상 마스크 사용 수칙'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교실·복도 등 실내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마스크 착용 △마스크는 보건용·수술용·비말차단용(신설 예정)·면마스크 모두 가능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발표한 학생 대상 마스크 사용 수칙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반박이 잇따랐다.
천 교수는 "감염예방을 위해 마스크는 KF 마스크를 쓰는 게 맞다"면서 "면마스크는 작은 에어로졸 비말을 막지 못하고 수술용은 양옆 공간이 많이 뜨기 때문에 수술용을 착용한다면 반드시 밀착해서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는 '마스크 사용 권고안'을 통해 △면마스크의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외과용 마스크 또는 치과용 마스크는 감염의 전파차단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의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교사들이 학생들이 통제하고 관리하게 돼 있다"며 "특히 초등학교에는 전문성 있는 보건인력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부분 에어컨이 천장에 있기 때문에 사람이 바람을 직접 안 쏘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학생들 손소독에 대한 이야기들이 새 지침을 통해 좀 더 안내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