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휴게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 나온 이유…‘포렌식 보고서’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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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강사휴게실 PC’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 되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정 교수의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온 경위이고, 두번째는 강사휴게실 PC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인지 여부다. 검찰과 정 교수 측은 의견서를 주고 받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 공소사실은 정 교수가 2013년 6월 서울 방배동 주거지에서 아들 상장의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직인)’ 부분을 오려내 딸 표창장에 붙여넣는 방법으로 사문서를 위조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12차 공판 전까지는 공소사실에 대한 정 교수의 입장이 불분명했다.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는 재판부 요청을 받은 정 교수 측은 12차 공판에서 ‘동양대 직원이 정상적으로 발급한 표창장을 전달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직원이 발급해줬는데 왜 피고인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왔느냐”며 양측에 의견서를 내라고 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14차 공판에서는 양측이 추가로 낸 의견서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정 교수가 PC를 집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다가 2016년 12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갖다놓은 뒤 PC가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서를 냈다. 정 교수 측은 2012년 지인에게 받은 PC를 동양대에서 다른 직원들과 공용으로 쓰다가 2014년부터 집에서 썼다는 의견서를 냈다. 검찰이 범행 시점으로 특정한 2013년 6월에는 PC를 집이 아닌 동양대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썼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 교수 측은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근거로 이같이 주장한다. 2014년 4월 이후에야 서울 방배동 집에서 PC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는 것이다. 정 교수 측은 PC를 2016년 12월 다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갖다놓았다고 주장한다. 재판부가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2013년 6월 방배동 집에서 범행을 했다는 검찰 주장은 힘을 잃는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나온 시간과 장소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쓴 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검찰은 재판부 요청에 따라 이 수사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의 강사휴게실 PC 확보가 위법한 방식으로 진행된 증거 수집인지에 대한 공방은 일단락된 상황이다. 재판부는 양측이 낸 의견서를 종합해 선고 공판에서 판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9월10일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방치돼 있던 정 교수 PC 본체 두 대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가져갔다. PC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위법 수집 증거가 인정될지 여부가 갈린다. 검찰은 PC에 붙여진 비품 스티커 등을 근거로 PC가 학교 소유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학교 관계자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가져갔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교수 측은 PC가 정 교수 소유라고 주장한다. 정 교수 소유의 PC를 검찰이 압수영장 없이 가져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증인으로 나온 동양대 조교는 검찰이 PC에서 ‘조국 폴더’를 본 뒤 PC를 가져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 교수 측은 이 같은 법정 진술을 근거로 검찰이 PC가 정 교수 소유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정 교수 소유임을 뒤늦게 알아차렸더라도 정 교수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는데, 이 같은 절차도 생략됐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106조는 컴퓨터 디스크 같은 정보저장매체를 압수한 경우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가 PC를 위법 수집 증거라고 판단하면 사문서 위조 혐의는 무죄가 된다. 위법 수집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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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동양대 교수. 우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