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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구 민주노총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발족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설] 유명무실한 ‘김용균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시급하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2일 용인의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30대 일용직 노동자가 9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사고 현장에 안전 난간과 추락 방호망은 없었다. 같은 날 광주 목재공장에선 20대 노동자가 목재 파쇄기에 빨려들어 목숨을 잃었다. 홀로 위험 작업을 하다 당한 참변이다. 하루 전 울산 현대중공업에선 30대 하청노동자가 용접용 가스에 질식사했다. 산소 농도 측정 의무를 지켰다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작업장 안전과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는데도 ‘죽음의 일터’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다. 김용균법은 사용자 단체의 요구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크게 후퇴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노동계가 요구해온 ‘위험작업 2인1조’는 결국 법제화되지 못했고, 원청업체 의무를 명기했지만 정작 사고가 많은 업종은 상당수가 제외됐다. 보호 대상은 크게 줄고 작업중지 명령권도 완화됐다. 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 사망이 좀처럼 줄지 않는 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일터의 안전’을 지켜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증거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허술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재개정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는 작업장 안전을 소홀히 한 원·하청 사업주에 대한 미흡한 처벌이 주된 요인이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범의 재범률이 무려 97%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0.56%에 그친다. 벌금형도 턱없이 낮다. 2008년 40명이 희생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의 원청업체 처벌은 고작 벌금 2천만원을 물리고 끝났다.

정부와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산업재해와 중대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이 법안은, 개인이 아닌 법인을 처벌하고 원청업체 최고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묻고, 관련 공무원의 방임 또한 처벌하는 게 주요 조항이다. 고 노회찬 의원이 20대 국회 때 발의했지만, 논의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자동폐기됐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되풀이되는 일터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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