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세상] 누가 전문가로 인정받는가 / 김선기
김선기 ㅣ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은 오는 8월 신설될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청년대표 위원’을 공개 모집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위촉직 위원은 ‘청년정책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또는 ‘청년단체의 대표 등 청년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구성하도록 청년기본법에 정해져 있는데, 이 중 후자에 해당하는 인원을 모집하며 지원 및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선정된 ‘청년대표’를 위촉할 계획이다.
심사위원의 구성이나 심사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누가 청년대표인지를 행정이 심사하겠다는 구상이 청년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작게나마 논란거리가 됐다. 특히 누가 청년의 대표자로 적합한지의 문제는 대표되는 사람의 추천이나 투표가 아닌 서류·면접 심사를 통해 판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구체적인 향후 계획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년정책추진단의 행보 자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몇가지 쟁점을 정리하면서 청년정책과 관련한 전문성, 그리고 청년 대표성의 의미를 되묻고자 한다.
청년대표 공개모집이라는 발상이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직관적인 이유는 ‘청년’, 즉 정책 당사자를 대표하는 사람은 위원이 되기 위해서 심사, 즉 자기 증명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정책의 전문가는 학위와 같은 정량적 기준만 갖추면 소관 부처의 물색과 섭외만으로 위원이 될 수 있다는 구별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구별은 손쉽게 연령주의적 구분으로도 옮아간다. 법이 규정하는 만 19~34살의 청년을 대표하는 사람은 만 19~34살의 청년 당사자일 것이며, 반대로 아무리 청년정책이라 해도 그 전문가는 청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전문가’는 교수를 비롯한 박사학위자, 관련 기관에서 행정실무 경력을 갖춘 자, 소위 ‘사’(士)로 끝나는 직업을 가진 명망가 등이고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상 청년기에 그러한 자본을 갖추기는 어렵다.
청년정책의 형성 과정은 ‘누가 전문가로 인정받는가’ ‘인정의 기준은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가’라는 발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해온 시간이기도 했다. 지자체 곳곳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는 청년정책 관련 심의기구들에서 이미 당사자와 전문가라는 이분법은 도전받았고 종종 다른 차원을 열어젖혔다. 행정은 그동안의 관성에 따라 ‘청년 문제’를 연구한 적은 없지만 자기 분야의 박사학위와 교수라는 직함이 있는 학자, ‘청년 문제’를 다룬 경력은 없어도 지역 청년들을 고용하는 데 힘을 쓸 수 있다며 위촉되는 기업인이나 정치인 등으로 청년정책 관련 기구의 명단을 채웠다.
그러나 청년 당사자라는 이름으로 호명된 청년들이 오히려 그들의 전문성 없음을 폭로하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행정적 자격이 없는 주체들이 오히려 실질적인 전문성이나 책임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증명해나가고 있다. 이때 청년정책과 관련하여 다른 기준의 전문성이 존재함을 선언하는 것은, ‘청년 문제는 청년이 잘 안다’라고 단순히 당사자성을 무기화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미 길게는 10년 이상 청년정책에 관한 경력을 ‘제도 밖’에서 쌓아오고 있는 청년들이 분명 존재하고, 이들의 역량을 제도 내로 통합하는 것은 성공적인 청년정책 설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대표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세대 분리적 사고를 해체해야 한다. 나는 청년을 대표하는 사람이 청년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최근 청년 문제는 언제나 불안정노동이나 불평등의 문제와 결합되어 있었으므로, 그러한 의제와 관련하여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가 청년이 아니라도 청년에 대한 실질적 대표성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청년이 아닌 사람을 청년이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청년정책추진단은 청년의 위원회 참여 확대 계획을 청년정책과 유관한 분야의 위원회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청년이 우리 사회의 적법한 구성원인 한 청년이 관련되지 않은 정책 분야는 있을 수 없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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