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시 '경주'의 여성노동자 이야기... "무조건 쉬라네요"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 ⑨] 숙박·음식업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보호 장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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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재난을 마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향한 갖가지 노력과 정부대책이 세워졌으나, 여성노동이 저평가 되고 있던 사회에서 재난을 마주한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에 처하고,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난위기 대책이 논의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 한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 기획을 세워 총 13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여성의 현장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인권·노동권' 이런 얘기 못 해... 우리 요양보호사 '물티슈' 같다"]

경주는 전국에서 한해 찾아오는 관광객만 하더라도 100만 명을 넘어서는 관광도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관광업계의 피해가 많았다. 특히 2~3월 두 달간은 도시 전체가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로 공포와 위기감이 감돌았다.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닫았고 관광지는 모든 사람들을 차단하며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만 했다. 이 글에서는 경주 관광산업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가 경주 여성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

경주지역 2018년 기업체 총조사에 의하면 음식업과 숙박업에 종사하는 종사자수는 남자 5613명, 여성은 9994명으로 남성보다 여성 노동자수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총 사업체수 6151개). 직종은 '음식업'이 49.8%로 가장 많았으며, '판매서비스(17.8%)', '숙박업(13.6%)', '기타 (10.1%)', '문화공연(5.6%)', '문화해설(3.1%)'순으로 나타났다. 기타직종은 관광업 및 음식업 이외의 직종으로 간병, 제조업 등 순이었다.

그중에서도 음식업과 숙박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2019년 12월에 발표한 <경주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실태조사(경주여성노동자회)> 결과에 따르면 경주지역 음식업·숙박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고용형태는 계약직(일용직 포함) 53.5%, 시간제 29.4% 간접고용7.1%, 기타 11.3% 이다. 이 업종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비율도 상당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계약직과 시간제 간접고용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일자리가 많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결과를 보더라도 국가 재난상황의 위기가 닥치면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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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들로 가득 찼던 황리단길이 코로나19로 인해 조용하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숙박업과 음식업 등은 영업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역의 유명 관광지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 적막함 마저 감돌고 관광업 종사자들은 연차와 휴직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대형 호텔들은 휴직급여라도 지급받는 상황이지만 소규모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에서는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법적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무조건 쉬고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부를 테니 그때 출근하라"는 식의 통보로 경제적 고충을 겪는 여성노동자들이 많았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휴직급여를 나눠주는 상황... 훈훈하기만 할까?

50대 후반이며 호텔에서 객실 외에 로비와 화장실 등 건물내부 청소를 맡고 있는 김명희(가명)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최저임금이라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기에 청소일을 하고 있다. 호텔에서 청소 일을 한지는 만 1년 정도 되었다. 용역회사에서 근무한 지는 13년차이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나이 들어 다른 일자리 찾기도 힘들어 청소 일이라도 참으며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호텔의 상황은 점점 나빠져 갔다. 하루는 팀장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다.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가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불러 줄 테니 그때 일하러 오면 안 되겠냐"라고 이야기를 했다. 사직을 권한 것이다.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김명희씨도 안다. "휴직을 하게 되면 무급으로 쉬어야 하니 차라리 사직해서 실업급여 받고 있으면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때 다시 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팀장의 이야기대로 하는 게 더 나은 것일까 고민이 되었다. 무급휴직 보다는 좋은 조건이라고 명희씨는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다시 일하러 올 수 있을지 또한 큰 걱정이다. 만약 다시 불러주지 않으면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다. 무급휴직은 급여 없이 휴직기간이 길어지면 그것 역시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또 불러주겠다는 회사 말만 믿고 덜컥 사직했다가 회사가 이후에 다시 불러주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이것도 저것도 명희 씨 입장에서는 아무 보장이 없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매출 감소등 경영악화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고용유지조치를 실시하는 경우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게 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명희씨 회사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서라도 노동자들의 고용유지를 하지 않으려 했던 의도는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이전의 상황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기에 이번 기회에 인원을 감축하려는 데 있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명희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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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명소로 유명한 경주 보문관광단지에도 사람들이 발길이 뚝 끊겼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또 따른 숙박업소의 이야기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던 2월, 3월 두 달 동안 예약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경주 숙박업소들은 대부분 휴업을 하고 직원들은 휴직에 들어갔다. ○○모텔에서도 일하는 노동자들을 휴직시켰다. 그러면서 정규직 남성노동자 1명, 정규직 여성노동자 1명은 휴직 급여를 지급했지만, 2명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는 휴직급여를 못준다고 했다고 한다.

사업주의 불합리한 처우에 정규직노동자 2명(여1,남1)이 비정규직여성노동자 2명에게 자신들의 휴직급여에서 반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감염병으로 인한 초유의 사태에 생계가 위급해진 상황 속에서 노동자들끼리 어려움을 함께 나눈다는 훈훈한 이야기의 이면에는 국가와 사업주가 노동권을 보장해 주지 못해 각 개인이 알아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심각한 시스템의 심각한 부재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도 노동자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마련 절실해

이런 와중에, 코로나 감염의 위기감이 살짝 낮아진 5월초 황금연휴 기간 동안은 경주의 관광지와 숙박업소도 성수기 수준으로 붐볐다. 휴직 중이었던 노동자들은 연휴기간 동안 시간제로 일을 했다고 한다. 시간제라도 며칠 일을 할 수 있었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앞으로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이러한 기대가 사업주의 기대와 일치할는지는 모를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열심히 일하던 일터에서 권고사직을 강요받고 휴직급여도 못 받는 관광업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그 피해가 오롯이 여성의 몫과 부담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게 더욱 문제다. 이번 코로나19로 유명 관광지의 많은 관광업 종사자들이 휴직과 휴업 해고 등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해고를 금지하라는 권고도 했지만 법 제도적 문제로 접근하지 않으면 피해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몫일뿐이다. 직접고용을 통해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고 재난상황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화하는 법, 제도적, 정책적 접근이 시급하다.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