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끔찍한 광풍의 끝에 무엇이 남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시위
[현장] 27일 1441차 진행 "이용수 할머니 공격 자제해달라" 호소... 보수단체 맞불 집회 여전
by 글: 김종훈(moviekjh)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시위는 계속됐다. 27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1차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보고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지난 30년간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되 피해자들의 고통이 해소되지 않고 문제해결이 지연된 근본원인을 스스로 돌아보며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할머니의 회견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들리지 않거나 왜곡돼온 식민지 여성인권 침해와 성폭력의 역사를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 이사장은 간절한 목소리로 "이용수 인권운동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자제해달라"라는 호소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위안부)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일본군 성노예제의 실태를 알리고 스스로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30년이란 세월을 딱 그만큼 후퇴시키는 행위다."
이 이사장은 "이 끔찍한 광풍의 끝에 무엇이 남을지 제발 깊이 생각해 달라"면서 "보수단체들의 무차별적인 고소·고발에 이어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지난 20일 오후 5시부터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여성박물관에서 검찰은 1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21일 오전에는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신 쉼터까지 들이닥쳤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 이사장이 발언을 마치자 현장에 모인 100여 명의 시민들은 "힘내라"라는 말을 연호했다.
"사회의 진보적 변화는 언제나 반동이 있기 마련"
이날 수요시위에서 소녀상 뒤쪽에 서 있던 수십 명의 시민들은 '조중동 폐간, 아물지 않은 상처! 정의연을 응원합니다', '언론개혁'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이날 수요시위를 주관한 전국여성연대의 한미경 대표 역시 이를 고려한 듯 "사회의 진보적 변화에는 그것을 불편해하고 막아나서는 사람들의 반동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반동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며 우리는 연대의 힘으로 당당히 맞서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문제의 본질이 30년의 긴 투쟁을 통해서도 사죄와 배상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이라는 걸 알고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식민침략 비호세력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직시한다. 우리 활동에 대한 모함은 식민지 지배 체제하에서 일어난 일본 성노예제 문제를 공론화 시키고 그동안의 전 세계적 연대와 재발방지를 막으려는 움직임이다."
여전한 방해 집해... 주옥순 "윤미향, 대한민국 북한에 바치려 한다"
지난주에 이어 이날 수요시위에도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규탄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소녀상 인근 연합뉴스TV와 서머셋호텔 앞 두 곳에서 동시에 집회를 진행했다.
자유연대와 엄마부대, 애국순찰팀,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는 '소녀상 철거하라', '위안부할머니 대못 박은 정의연' 등의 손피켓을 들고 "악마의 눈물 용서 못한다. 윤미향은 벌을 받아야 한다"등을 외쳤다.
보수단체 집회를 주도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후원금과 국가재정을 맘대로 쓴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서 윤 당선인과 민주당을 엮어 '친북종북론' 음모를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 여성들을 회유해서 월북하라고 했다. 공산주의자가 하는 짓거리를 정신대(정의연을 잘못 말함)에서 해서야 되나. 민주당에서 (윤미향 당선인을) 감싸면 감쌀수록 민주당도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북한에 바치겠다는 거다."
한편 이날 수요시위에는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 출신 최배근 교수가 참석했다.
최 교수는 수요시위 종료 후 <오마이뉴스>를 만나 "지금 (보수단체가) '정의연을 해체하라, 소녀상을 해체하라'라고 말하는데 아베와 같은 군국주의 성향을 갖는, 제국주의에 동조하는 일부 세력들의 말일 뿐"이라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5.18과 정의연 활동 때문이었다. 정의연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짐승이나 할 짓"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