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술로 자동차 광고도 만든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 "게임엔진으로 비용·시간 절약"
영문학 전공한 '문과생' 출신…"게임 자유분방함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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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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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

“요즘은 사막을 달리는 신차의 TV 광고를 찍을 때 사막에 안 갑니다. 게임 엔진에 신차의 3D(입체) 데이터를 입력해 현실 같은 그래픽을 만들어 냅니다.”

신차 발표 전에 마케팅용으로 쓸 신차만 만들려고 공장을 돌리긴 쉽지 않다. 비용도 문제지만 시간 낭비가 더 크다. 19일 만난 김인숙(44)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이런 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게임 엔진이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게임 엔진은 게임 속 화려한 그래픽을 그려내고, 캐릭터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실제 현실처럼 재현해 내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게임에만 쓰이다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실사(實寫) 수준의 그래픽 화면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서 영화와 광고에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김 대표는 “대형 빌딩을 올리는 건축 분야에도 게임 엔진이 쓰인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입체 설계도가 필요한 모든 영역에 게임 엔진이 쓰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원점은 여전히 게임이다. 그는 “한국은 게임 엔진의 진화에 굉장히 중요한 전략 지역”이라며 “해외와 달리 한국 게임 개발자들은 버그(오류) 없는 완벽을 추구하고, 그래픽 요구 수준도 매우 높다”고 했다.

유니티는 2003년 덴마크에서 세 명의 20대 창업자가 만든 게임 회사가 모태다. 이들이 만든 게임은 실패했지만, 이때 개발한 게임 엔진이 새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유니티 같은 기성품 게임 엔진을 이용하면 게임 개발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PC와 콘솔, 스마트폰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임을 옮겨 만드는 작업도 쉬워진다. 그는 “유니티를 활용하면 일주일~한 달이면 다른 플랫폼용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유니티는 미국 ‘에픽게임즈’의 ‘언리얼(Unreal) 엔진’과 경쟁하고 있다. 유니티는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특히 강세지만, 최근 PC 게임이나 콘솔(가정용 게임기) 분야에서도 폭넓게 쓰인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스위치’ 용 게임 대부분이 유니티 기반이다. 국내에선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가 유니티로 만들어졌다.

한 시간 동안 쉴새없이 ‘랜더링·VR(가상현실)·AR(증강현실)·코딩’을 이야기한 김 대표는 사실 연세대 영문과를 나온 ‘문과생’이다. 그는 “첫 직장에서 치토스, 포카칩 등 과자 마케팅을 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스타크래프트 캐릭터를 치토스의 따조(과자 봉지 안에 넣는 딱지)로 넣는 기획을 했다”면서 “이때 게임 특유의 자유로운 문화에 매료되어 한게임으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EA코리아를 거쳐 2015년부터 유니티코리아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니티코리아는 17국 43개 오피스 중 젊은 직원들의 인기 근무지”라고 했다. 현재 한국 지사 인원의 25% 정도는 한국 지사가 아닌 본사나 다른 지사 소속이다. 한국이 좋다고 서울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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