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잘 사는 나라 사이에서 고래등 터진다

북반구 참고래, 남반구보다 훨씬 홀쭉
선박 통행과 그물에 죽고 스트레스 받아
암컷 피해가 가장 심각해 번식에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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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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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참고래(왼쪽 세 마리)와 북대서양 참고래(맨 오른쪽)를 드론으로 찍은 항공사진. 한 눈메 북대서양 참고래의 몸이 야위었음을 알 수 있다./덴마크 오루후스대

북반구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몰려 있어 아프리카와 남미가 있는 남반구보다 훨씬 풍요롭다. 자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더 잘 먹고 건강하다.

고래 사회는 정반대다. 사진에서 미국 동부의 북대서양에 사는 참고래(맨 오른쪽)는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에 사는 남반구 참고래들보다 몸이 훨씬 야위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별 조치가 없으면 북대서양 참고래가 20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덴마크 오르후스대의 프레드릭 크리스티안센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해양 생태계 추이 시리즈’에 “북대서양에 사는 참고래가 선박과 그물, 먹이 부족이라는 삼중고(三重苦)로 몸무게가 남반구 동료보다 크게 줄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 참고래, 남방 동료보다 몸무게 20% 덜 나가

참고래는 수염고래의 일종으로 길이가 18m 이상이며 몸무게는 100t 정도 된다. 북대서양과 북태평양, 남방 참고래 등 세 종이 있다. 영어로는 ‘Right Whale’이라고 하는데, 연안 근처에서 천천히 헤엄을 쳐 작살로 맞추기가 가장 쉬웠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11세기부터 1935년 고래잡이가 전 세계에서 금지되기 전까지 개체수가 포경(捕鯨) 산업 이전의 5%로까지 줄었다.

연구진은 최근 고래 보호에도 북대서양 참고래가 계속 감소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5개국 12개 연구기관과 함께 드론을 띄워 참고래의 몸 상태를 관찰했다. 남방 참고래는 현재 1만 마리 이상으로 개체수가 회복됐으며, 매년 7%씩 늘고 있다. 반면 북대서양 참고래는 1990년 270마리에서 2010년 483마리까지 늘었다가 지난 10년 사이 409마리로 다시 줄었다.

연구진은 드론으로 고래 523마리를 찍었다. 이 사진을 토대로 항공사진측량술을 이용해 몸무게를 추산했다. 그 결과 북대서양 참고래는 남방 참고래보다 새끼나 어미 가리지 않고 눈에 띄게 몸무게가 작게 나왔다. 크리스티안센 교수는 “남방 참고래에 비하면 북대서양 참고래는 몸이 홀쭉해 공중에서 활주로처럼 보일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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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해안의 북대서양 참고래 모자. 선박과 그물, 먹이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특히 암컷 참고래의 몸무게가 남방 동료보다 20%나 덜 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참고래의 번식과 개체수 회복에 큰 타격을 준다./미 지리학회

상태가 가장 나쁜 쪽은 새끼를 거느린 암컷이었다. 북대서양 참고래 암컷은 남방 참고래 암컷보다 몸무게가 20%나 덜 나갔다. 몸무게가 4.5톤이나 적다는 말이다. 고래는 새끼를 낳고 키울 때 과거 먹이를 먹고 몸에 비축해둔 지방으로 버틴다. 몸무게가 덜 나가면 번식이든 양육이든 모두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북대서양 참고래 암컷은 몸무게가 덜 나가다 보니 새끼도 평균 7년에 한 번 낳았다. 남방 참고래는 3년마다 꼬박꼬박 새끼를 출산했다.

◇선박과 그물, 먹이 부족의 삼중고에 시달려

북반구에 사는 고래가 남반구보다 야윈 것은 먼저 서식지가 선박 통행이 잦은 곳이기 때문이다. 잘 사는 나라들이 북반구에 많다 보니 선박 통행도 빈번해 고래가 배에 부딪히는 일이 잦다. 2017~2020년 선박과 충돌로 참고래 9마리가 죽었다.

그물에 걸리는 고래도 많다. 같은 시기 북대서양 참고래 7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었다. 북대서양 참고래는 85% 이상 그물에 걸린 경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죽지 않아도 그물에서 벗어나느라 용을 쓰고 선박 소음에 시달리느라 에너지를 크게 소모한다.

여기에 먹이 부족이 겹쳤다. 참고래는 매일 900㎏ 이상 크릴을 먹어야 한다. 온난화로 수온이 높아지자 고래의 먹이인 크릴 떼가 더 높은 위도로 이동했다. 참고래도 이들을 따라가느라 에너지 소모와 사고 위험이 더 커졌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온난화를 저지하는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선박과 어업의 형태를 바꿔 고래와의 충돌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우주홀 해양연구소의 마이클 무어 박사는 “참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선박 항로를 수정하고 속도와 소음을 줄이는 한편, 게나 가재를 잡는 덫에 줄을 연결하지 않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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