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았습니다”…22개국에 한국산 마스크 보내진 사연
■프랑스 공영방송도 주목한 한국 대사의 편지
"한국 정부는 귀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한국과 맺어진 소중한 인연의 표시입니다."
프랑스 북부 벨포르 지역에 사는 미쉘 오즈왈드 씨는 최근 한국 정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가 한국 정부를 대표해 코로나19로 인해 '귀한 몸'이 된 마스크와 함께 보낸 겁니다.
공영방송 프랑스3 채널이 오즈왈드 씨를 만나 그 사연을 들었습니다. 오즈왈드 씨는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3천 4백 여 명의 프랑스 군인 중 한 명입니다. 18살에 자원입대해 한국에서 2년여를 보냈습니다.
이제 아흔을 앞둔 그는 한국전쟁 참전용사(Korean War Veteran)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편지를 큰 소리로 읽고는 "프랑스에서는 참전용사들을 잘 언급하지 않는데 한국은 70년이 지났는데도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있네요" 라며 감동했습니다.
22개국의 유엔참전용사들이 한국산 마스크를 통해 70년 전 그 낯선 나라를 다시 떠올리고 있습니다.
일부 현지언론에서도 참전용사들의 사연을 취재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보낸 이유는?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해외로의 마스크 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데, 어떻게 대규모 해외 지원이 이뤄졌던 걸까요? 왜 하필 참전용사가 대상이 됐을까요?
이번 사업은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가 추진했습니다. 정부(공동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와 민간(공동위원장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합동으로 구성된 위원회인데, 10주년마다 기념행사를 가져왔지만, 올해는 특별히 대규모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평균나이 88세가 된 참전용사들의 나이를 고려한 건데,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난 겁니다. 참전용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해외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의료지원을 받았던 나라가 이제는 의료물품 지원국으로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던 위원회는 참전국 가운데 역설적으로 이탈리아 같은 의료지원국(적십자병원, 야전병원, 병원선 지원)에서 코로나19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70년 전 의약품은 물론 의료인력마저 부족했던 나라가 이제는 K-방역으로 주목받게 됐고, 의료물품을 지원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의료물품으로는 '마스크'가 선정됐습니다. 참전국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고령의 유엔참전용사에게 마스크 지원이 매우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 지원규모는 100만 장으로 결정됐습니다. 참전용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 50만 장, 그 외 벨기에와 태국, 에티오피아 등 21개국에 50만 장이 참전인원 등을 고려해 배분했고 수송작전에는 공군 수송기와 외교 행랑이 동원됐습니다.
6.25전쟁 당시 16개국에서는 전투지원을, 6개국에서는 의료지원을 통해 한해 195만여 명의 참전용사가 낯선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이 가운데 3만 7천 명이 전사하고 10만 명이 다쳤습니다.
정부는 해마다 참전용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등 70년 전 참전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데,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마스크 수급 상황도 호전되면 참전국에 대한 추가 지원도 검토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