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드디어 학교에 간다
기쁨과 불안 사이...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
by 조영지(joji0221)
온라인 수업을 끝낸 아이가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했던 학습꾸러미와 만들기를 가방에 가지런히 넣는다. 새 학년에 신을 거라며 샀던 실내화도 작아지진 않았는지 다시 한번 신어 본다. 그리고 내게 재차 확인한다.
"엄마 내일은 학교 가는 거 맞지? 내가 가는 번호 맞지?"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반 아이들을 짝, 홀수 번호로 나눠 홀수는 목요일, 짝수는 금요일에 등교를 한다. 딸 아이 번호는 7번. 그러니 내일 가는 것이 틀림없다고 얘기해주니 아이는 팔짝 팔짝 뛰며 좋아한다. 친한 친구도 홀수라 내일 반에서 만나게 될 거라며 더 호들갑이었다. 선생님에 대한 기대도 엄청났다.
"선생님 파마하셨어? 엄마보다 나이 많아? 말투는 어때?"
평소 말 많은 아이답게 선생님에 관한 끝없는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그동안 '랜선 선생님'이었던 분을 실제로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는 모양이었다. 그런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짠했다. 당연한 일상이 이렇게나 간절한 것이었다니 싶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팔짝 뛸 정도로 좋아하는 아이처럼 나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아이들 때문에 화딱지가 날 때만 해도 개학만 하면, 어떻게든 개학만 하면 얼씨구나 하고 춤이라도 출 기세였는데, 마음이 바뀐 건 바로 요 며칠 가까운 옆 동네에 발생한 초등학생 코로나19 확진자 소식 때문이다.
오늘 아침엔 학원 강사의 확진 소식까지 들려왔다. 지역 카페에선 그 일로 떠들썩했다. 아이를 보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를 두고 엄마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일주일에 하루 가는 건데 체험 신청서를 내고 보내지 말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아이에게 가지 말라고 하는 것도 너무 잔인한 처사인 것 같았다. 보내도 걱정, 안 보내도 걱정,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더 큰 걱정은 둘째 아이는 내일이 개학이지만 큰 아이는 다음 주가 개학이다. 같은 집에서 등교를 따로 하는 것도 이상한데 남은 아이가 느끼게 될 공허함은 어떨까 싶다. 온라인 수업에 지친 큰 아이가 동생의 등교를 부러워하며 힘 빠져 할 것이 눈에 선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오전 나절 내내 고민만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은 언제까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니 조심시키며 보내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도 학교를 보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던 참이었다.
언젠가 한 전문가가 그랬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난생 처음 겪는 개학 형태를 체감하니 그 말이 너무 와닿았다.
우린 앞으로 예전과는 또 다른 모습의 학부모와 학생으로 새로운 등교 일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이와 나 모두 불편하고 어렵다 느낄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냥 예전을 그리워 하며 탓하기 보다 새로운 일상에 더 안전을 기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다루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대로 가득 차있는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내일 학교 가서 재밌게 지내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