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개신교는 언제까지 성조기만 흔들건가
by 조현#세월호 때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온 국민이 지켜보면서 ‘이게 나라냐’라고 했는데, 요즘 미국을 보면서 ‘저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적지 않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27일 오전 9시 기준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누적 확진자 수는 168만310명. 사망자는 9만8875명으로 1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위기를 외부로 돌리기 위한 트럼프의 대중국 공격으로 신냉전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틈만 나면 성조기를 들고 광화문에 나가고, 트럼프가 방한할 때 마치 구세주를 맞이하듯 했던 개신교 목사들 주도의 태극기 부대는 지상천국의 구세주가 위기에 속수무책인 모습이 차마 믿기지 않을 것이다.
#최근 법원에 의해 한기총 대표회장의 직무가 정지된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극우 목사들과 극우정치인들이 추동하는 태극기 부대의 단골 주장은 “문재인이 김정은이나 시진핑에게 대한민국을 바치려 하고 있다”거나 “대한민국을 공산국가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해방 공간과 한국전쟁 당시 많은 기독교인이 공산당에 의해 박해를 받고 고초를 당한 것이 역사적인 사실인 만큼 피해 당사자들의 트라우마는 당연하다. 그러나 6·25가 일어난 지 70년이 지났다. 강산이 일곱번 변하는 동안 피해자들이나 그 가족의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고, 월남 기독교인들은 집과 가족과 교회를 잃고 떠돌던 난민 신세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성전’을 뽐내고 있다. 그런데도 마치 난민처럼 70여년 전 피해자 코스프레로 분노의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뭔가 이상해도 많이 이상하다.
#태극기 부대에 앞장선 목사들과 은근히 이들에 동조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심리의 근저에 있는 건 실은 분노가 아니라 두려움이다. 이들이 70년간 주로 받아먹은 것은 200여년 전 천주교가 당한 박해의 씀바귀와는 완연히 다른 당근이었다. 해방 이후 일제를 대신한 미군정과 뒤이은 이승만 정권은 한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기 위해 기독교에 수많은 특혜를 베풀었다. 처음엔 다른 종교를 배제하고 군대에 군목만을 두었고, 구호물자를 교회나 성당을 통해 배급해 구원을 받으려면 교회나 성당에 나오지 않으면 안 되게 했고,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적산가옥을 대부분 교회에 나눠주었다. 한국 기독교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주류 종교로 올라선 데는 놀라운 헌신과 노력뿐 아니라 이런 특혜가 작용했다.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땅에 미국의 지배력과 남북 분단 상황이 변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미국 편도 중국 편도 아닌, 한국 편이 되어야 한다는 전략 같은 건 기득권 수호를 위한 이분법 앞에서 설 자리가 없다.
#최근 중국의 1400년 그리스도교 역사를 추적한 (메디치미디어 펴냄)가 출간됐다. 친구 사이인 송철규 중국 하얼빈이공대 객원교수와 의 기획·창간자인 민경중 전 (CBS) 보도국장의 공저다. 중국의 기독교 역사를 좇아 전역을 돌며 생생한 700쪽의 대작을 쓴 두 저자는 “중국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고구려와 싸운 당 태종 이세민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중국은) 유럽을 제외하면 그리스도교와 가장 연관이 깊은 국가”라고 한다. ‘태극기 목사’들이 말하는 ‘공산주의 중국’엔 한국 개신교인의 10배가 넘는 1억명의 그리스도인이 있다. 중국 공산당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일이십년 뒤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기독교 국가가 될 가능성이 짙다. 연간 수천명이 신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는 한국 개신교로선 북한과 중국이야말로 블루오션이 아닐 수 없다. 소수 기득권자들이 혐북, 혐중국만을 선동하고 있지만, 다수의 개신교인들은 화해와 개방을 통해 광대한 블루오션으로 나아가길 열망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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