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에 이어 국가법 심의도 강행…도심 곳곳 반대 시위
by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홍콩 의회인 입법회가 27일 중국 국가(國歌)에 대한 모독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 2차 심의를 강행했다. 홍콩 민주 진영은 국가법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위배되며 ‘홍콩의 중국화’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 정부는 반중국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입법도 추진하고 있어 홍콩 민주 진영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홍콩 빈과일보, 홍콩01, 성도일보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입법회는 이날 총회를 열고 국가법 초안에 대한 2차 심의를 진행했다. 이 법안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장례식에 사용하거나, 공공장소 배경 음악, 상업광고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행위도 금지한다. 국가를 왜곡해 연주할 경우 최고 5만홍콩달러(약 800만원)의 벌금이나 3년 이내의 금고형에 처한다.
2015년 월드컵 예선 당시 홍콩 축구팬들이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되자 야유한 것을 계기로 국가법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이 실패하면서 반중 감정이 높아진 때였다.
중국 본토에서는 2017년 10월부터 이미 국가법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2차 심의는 이 법안을 홍콩에도 적용하기 위한 절차에 해당한다. 2차 심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4일 3차 심의와 표결을 거쳐 입법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대는 국가법에 맞서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 투쟁과 입법회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입법회와 정부청사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대형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3000여 명의 병력과 함께 물대포, 장갑차 등을 배치했다.
이날 오후 1시(현지시간)부터 국가법 반대 시위가 번화가인 센트럴과 애드미럴티에서 각각 진행됐다. 시민들은 ‘시대혁명, 광복홍콩’ 등 구호를 외쳤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쯤 화염병을 소지한 혐의로 15세와 18세 남성을 체포하는 등 오전 11시30분 현재까지 16명을 불법 집회 등의 혐의로 연행했다.
건제파(친중파)가 장악한 홍콩 입법회는 국가법 입법 의지를 드러냈다. 2차 심의를 하루 앞둔 26일 밤 앤드류 렁 입법회 의장을 포함한 건제파 의원 20여명이 입법회 안으로 들어와 밤을 지샜다. 시위대의 저지와 교통 통제 등으로 입법회 출근이 저지될 것을 우려해 ‘전날 출근’에 나선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도 28일 홍콩의 반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서 표결에 부친다. 홍콩 민주화 시위 등 반정부 활동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의 외국인 판사들이 국가안보 관련 재판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협정에 따라 홍콩 최고법정의 판사 23명 중 15명이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외국인이다. 로이터통신은 외국인 법관의 역할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홍콩의 사법 독립에 대한 우려를 더 깊게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콩변호사협회는 25일 성명에서 “중국 전인대의 홍콩보안법 직접 제정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에 위배되는 등 여러 법적 문제점을 안게 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