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참으며 수요시위... "일본 사죄·배상 때까지 계속"
[현장] 부산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 보수언론·정당 향한 비판 쏟아져
by 김보성(kimbsv1)"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싸움을 시작할 마음도 못 가졌을 거야. 그래도 용기를 냈던 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에서 함께 싸운 할머니들, 윤 대표랑 정대협이 있어서. 그래서 싸울 수 있었던 거야. 일본이 우리를 인정하고 사과를 한다면 용서를 할 마음이 있어. 그리고 법적배상을 해야 끝나는 일이야. 내 죽어도 싸워줄 거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복동 할머니의 말을 대신 읽어가던 윤서영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여성행동 집행위원장은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았다. 27일 부산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열린 부산 수요시위 현장의 풍경이었다. 그는 "비가 오면 함께 맞는 게 함께 싸우는 것"이라며 "그 마음으로 수요시위를 해나가자"고 말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 수요시위에는 예정된 날이 돌아오자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였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다음 해 1월부터 시작한 수요시위는 이날로 햇수로 5년, 53번째를 맞았다.
"정의연 공격하는 극우세력, 일본 극우신문과 같은 목소리 내고 있다"
부산 53차 수요시위는 정의기억연대와 전 대표인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 분노를 쏟아내는 자리였다. 현장에는 여성행동 외에 아베규탄시민행동, 소녀상을지키는부산시민행동 소속 단체 등 80여 명이 참여했다. 부산 수요시위는 여성행동 소속 10여 개 단체가 돌아가면서 진행하는데 이번엔 부산 여성엄마 민중당이 주최를 맡았다.
행사가 시작되자 윤서영 집행위원장은 지난 12일과 19일 '위안부상 철거, 수요집회 중단' 집회 소식부터 전했다. 윤 집행위원장은 "정의연에 대한 공세가 역사운동을 말살하고 일본을 옹호하는 극우세력의 발호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산케이 신문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수요시위는 사죄배상 운동의 상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남호 부산겨레하나 조직부장은 "소녀상과 수요시위를 없애고, 사죄배상 운동을 약화하기 위한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며 "친일언론이 시작하면 일본, 친일정당의 행동이 뒤따르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도 해결된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위안부' 운동 역사와 소녀상 건립 과정을 공들여 설명한 조영은 부산 여성엄마 민중당 정책위원장은 "수요시위·소녀상은 누구의 것이, 특정 단체의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수요시위를 멈춘다면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루어지는 그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요시위의 끝은 이런 다짐을 발표하는 성명서로 마무리됐다. 참여자들은 "'위안부' 운동은 국경을 넘어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에 대항하는 대표적 운동이자 피해자들의 존엄을 지키는 여성인권운동, 평화운동의 상징"이라며 준비한 성명 내용을 읽어갔다.
이들은 "친일언론과 정치인들이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지켜온 수요시위를 공격하고, 일본의 산케이신문 등도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며 "지금은 우리가 힘을 모아 싸울 때"라고 연대를 강조했다.
지난달 52차 수요시위와 상황은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 이들의 마지막 구호는 여전히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고, 법적배상하라", "일본이 사죄할 때까지 수요시위를 계속 이어가겠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