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동킥보드에 주차위반 과태료 추진...업계 “차량 기준 적용 불합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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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전동킥보드 불법주차 과태료 및 견인 처리 비용을 사용자·운전자에게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제 강화를 추진, 업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업계는 서울시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자체 자정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가 사전 협의 없는 규제 정책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8월을 목표로 무단 주정차된 원동기장치자전거(전동킥보드 포함)에 대해 견인 비용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차·주차위반 차량 견인 등에 관한 조례'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차량처럼 일정한 견인비와 보관비를 내야 단속된 전동킥보드를 회수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조례안 통과 시 운영업체는 단속 전동킥보드당 4만원 수준으로 견인 실비를 별도로 부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불법 주정차 범칙금 부과 대상에만 올라 있던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과태료 부과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도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 범칙금은 법 위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할 시 경찰이 부과하는 처분이다. 반면에 과태료는 교통 법규 위반에 따른 벌금 성격이지만 운전자가 명확하지 않아 '명의자'에게 책임을 무는 행정 처분이다. 즉 공유 서비스 운영업체들의 전동킥보드 관리 책임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현재 주요 공유킥보드 업체들이 소속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퍼스널모빌리티 분과(SPMA)는 내부 협의를 통해 서울시에 전달할 킥보드 관리에 관한 사항을 대부분 확정한 상황이다. 불법주차 킥보드에 대한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고 업계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기 순찰을 도는 등 주정차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에 개정이 추진되는 견인 비용 부과 조례안을 포함, 최근 갈등을 빚은 '지정 주차구역 구획' 등도 서울시와 애초에 협의가 진행됐지만 업계 반발로 최종 합의안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조례 개정을 통해 단속 강화를 추진하면서 대응 방안 마련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달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자전거도로 통행이 허가되는 등 전동킥보드 법정 지위가 새롭게 확립된 상황에서 외려 이륜차에 준하는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사유지에 주차되지 않은 모든 전동킥보드가 단속 대상이 될 수 있고, 단속에 따르는 비용이 무제한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인이나 경쟁업체가 업무방해 목적으로 위치를 조작하고 신고를 반복해서 피해를 주는 사례도 생겨날 수 있다.

이용자는 킥보드를 빌려 타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남겨 둔다. 이를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확인해 사업자가 수거해 가는 방식을 쓴다. 자칫 주차 위반 논란이 커지면서 킥보드 반납 시 불편해지면 사업 자체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유 킥보드라는 새로운 산업 자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용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서울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전동킥보드 견인비를 책정했지만 크기가 작고 대체로 이동 조치가 쉽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이 과도하다는 측면이 있어 '도크리스'형 기기에 걸맞은 새로운 주차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소방차량 진입로나 건물 입구, 인도 한복판 등지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선 업계의 자정을 유도하겠지만 특정 업체가 협의 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 이를 제재할 법률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유휴공간이나 건물 벽면처럼 민원 발생 여지가 적은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는 과도하게 단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