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등교 첫날' 확진자 '급증'…마음 졸이는 학부모
신규 확진자 40명…49일 만에 가장 많아
코로나19 영향으로 등교 연기돼 가슴 쓸어내리기도
by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정지형 기자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 등교개학을 맞은 27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49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학부모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0명을 기록했다. 지난 4월8일 53명이 나온 이후 49일 만에 가장 많았다. 전날 같은 시간 기준 19명이 나왔던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신규 확진자 가운데 지역발생 사례가 3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서울에서만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등교 개학을 연기한 유·초·중·고등학교가 111곳에 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등교 개학을 맞았거나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유모씨(41·여)는 "지난 2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서 계속 아이가 집에만 있어서 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데 아이들은 학원 같은 데서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있으니까 위험해지면 다시 가정학습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손녀의 하교를 돕기 위해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를 찾은 유모씨(52·여)는 "아침에 뉴스를 보는데 확진자가 많이 늘었고 유치원생까지 걸렸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며 "손녀는 만날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해해서 웬만하면 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불안한 건 어쩔수 없다"고 토로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지역사회 감염 발생으로 인해 등교가 연기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학부모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초등학교는 서울 은평구 연은초등학교 2학년 A군이 지난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등교 연기를 결정, 이날 교문을 열지 않았다.
A군과 긴급돌봄교실을 함께 이용한 다른 학생이 서대문구 한 영어학원에 다닌 것으로 확인됐는데 안산초등학교 학생 중에도 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있어 등교가 연기된 것이다.
보건당국이 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진단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고, 안산초등학교 학생은 검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이 학교는 오는 6월2일 2학년부터 등교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안산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김모씨(50·여)는 "등교 개학을 앞두고 아이가 정말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근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등교가 연기됐다는 소식을 접하니까 너무 놀랐다"며 "언니·오빠들이 하나둘 개학을 하다 보니까 동생들한테도 여파가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교에 보낼 예정이지만,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될 수 있으면 가정학습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학교 문이 이미 열렸는데 갈수록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해지니까 다들 답답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2·4학년 학부모 김모씨(40·여)는 "등굣길 풍경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전에는 엄마들이 다들 '재밌게 놀다와'라고 말했는데 오늘은 '마스크 꼭 써야 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문 앞에서 한참 서서 아이를 지켜보면서 눈물을 보이는 엄마도 있었다"며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가 다시 심각해진 상황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게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교육당국은 학교 방역을 강화하면서 등교수업을 예정대로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수준의 코로나19 확산세는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인천·경기·대구·경북 등 5개 시·도 교육청 부교육감과 등교수업 점검회의를 영상으로 열고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당국은 현재 감염증 상태에 대해 우리 의료체계에서 감당하고 통제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대한민국 방역체계 속에서 등교수업을 하지 못한다면 올 한해 등교수업을 아예 못하거나 원격수업만 진행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